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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 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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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 공정성 논란

입력
2017.01.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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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 앞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한국일보DB
지난해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 앞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한국일보DB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에 공정성 논란이 뒤늦게 제기됐다. 선정과정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전횡을 일삼은 CF감독 차은택(48·구속)씨 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10일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2017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대형(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씨는 지난해 6월 5명의 후보자와 치른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코디 최(56)ㆍ이완(38) 작가를 내세워 예술감독으로 최종선정 됐다. 선정위원으로 참여했던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이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크리스틴 마셀에 대한 분석에만 치우쳐 있어 충격적”이라 비판했음에도 “코디 최가 흥미롭다”는 이유로 심사위원 전원이 이대형 예술감독 선정에 합의했다. 당초 예술감독 후보의 기획안을 기준으로 평가하기로 했으나 함께 신청한 작가를 선정 이유로 내세워 앞뒤가 안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디 최 작가는 지난해 한국관 참여작가로 선정됐을 당시 차씨의 광고계 대부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측근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 작가는 차씨가 문화계 전횡의 근거지로 삼았다가 최근 해산 절차에 돌입한 문화창조융합벨트 내 문화창조아카데미 지식융합 감독으로 선임된 이력이 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는 미국 유학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과 참여작가 선정 과정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지난해부터 베니스비엔날레 커미셔너를 직접 맡게 되면서 잡음이 증폭돼 왔다. 외부위원 5인과 함께 문체부ㆍ문예위 인사가 선정위원회(선정위원 총 7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심사에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지난해 10월 최 작가 선정을 둘러싼 의혹이 미술계에서 불거지자 문예위 관계자는 “문예위는 작가를 평가한 것이 아니고 예술감독의 기획안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예술감독이 누구인지 정도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예술감독만을 고려했다’는 문예위 입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 당시 이대형 감독 발표 자료는 어떤 전시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전시 비주얼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선정위원회의 선정 기준과는 거리가 먼 기획안이었다. 이 때문에 선정위원들은 “네트워크나 관계보다는 작품에 집중해 달라” “자기 목소리를 가지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관 예술감독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선정위원들은 “그(이대형)가 뽑은 작가들이 흥미롭다” “큐레이팅보다는 작가 쪽이 맘에 든다”며 최 작가를 지속 언급했다. “참고로 코디 최는 예술창작 아카데미 예술 담당 교수”라는 부연설명까지 했다. “개인전 형태가 아닌 2,3인 정도로 구성된 작가들이 함께 나오는 기획을 원했다”는 예술감독 선정기준도 원래 없는 기준이었다.

2차 회의에서 상황이 돌변한 점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1차 회의에서는 기혜경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이 외부위원 전원으로부터 5표를 받아 예술감독 선정이 유력했다. 미술평론가 A씨는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선정은 사실 특정 인맥이 작용해 정권 코드에 맞춰 일이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 회의 등은 다 요식행위일 뿐 사실상 내정됐던 것이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 작가의 작품이 올해 비엔날레 담론의 키워드와 ‘불균형’이라는 저의 컨셉트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며 “작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그를 연구하는 큐레이터들을 소개했을 뿐 코디 최의 정치권 인맥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우상일 예술정책관은 오히려 저를 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라며 윗선 개입설을 반박했다. 최 작가는 “송성각은 문화창조아카데미 교수로 채용된 뒤 공식석상에서 세 차례 형식적으로 만난 게 전부”라며 송성각 라인 의혹을 부정하는 한편 “심사과정에서 제 이름이 언급된 것은 알지도 못했으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관여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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