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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반기문은 왜 ‘신조어 생성기’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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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반기문은 왜 ‘신조어 생성기’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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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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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보에 나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충북 음성군 원남면 반기문평화랜드에서 열린 음성군민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권행보에 나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충북 음성군 원남면 반기문평화랜드에서 열린 음성군민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MJP연대, 뉴DJP연대, 대충연대, 영충호연대. 큰 선거를 앞두면 늘 정치권은 들썩들썩 합니다. 잘 있던 세력이 갈라지고, 전혀 같이 할 것 같지 않은 세력들이 짝을 이루는 등 이합집산이 활발해 지면서 기존에 없던 단어들도 속속 등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당초 12월에 치러질 것 같던 19대 대선이 앞당겨 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초부터 새 단어들이 정치권 인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정개개편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에 맞춰 단어들이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MJP연대가 가장 눈에 띕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MB와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가리키는 JP를 합한 말입니다. 정진우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반 전 총장 귀국을 앞두고 “MB 시즌 2와 JP가 만나는 MJP연대의 기수”라며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반 전 총장의 대권 캠프 인맥의 면면을 보니, JP를 비롯한 충청권 인맥, 임태희, 곽승준, 이동관 등 친MB 인맥, 전직 외교부 공무원 그룹 등이 주축을 이룬 것을 보고 만든 말입니다.

‘뉴DJP연대’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JP가 손을 잡았던 DJP연대에서 따온 말인데, 호남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과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의 충청 세력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감안한 말입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2일 기자들을 불러, 자신이 아니라 반기문 전 총장이 먼저 뉴DJP 연대를 제안했었다고 ‘폭로(?)’ 했습니다. 이어 “한 달 전,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인사가 ‘국민의당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DJP 연합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저한테 물었다”고 뉴DJP연대가 나온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당시는 새누리당에서 비박계 인사들이 집단 탈당해 신당을 만들기 전이었습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는 ‘뉴DJP 연합은 제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고 국민의당은 열린 정당, 플랫폼 정당을 이미 발표했기 때문에 우리 당으로 정체성이 맞으면 들어오는 게 좋다. 조건 없이 들어와라’고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현재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내가 만약 당대표가 되면 공정한 경선의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그렇게 보고가 됐다”며 “민주당에서 마치 제가 DJP연합을 제안한 것처럼 하는 건 정치적 공격”이라고 방어막을 쳤습니다. 의석 수 38석으로 대선을 앞두고 몸집도 불리고 영향력도 키우기 위해 다른 세력과 연대가 절실한 국민의당으로서는 여러 그림을 계속 그려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DJP연합을 통해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과거 사례를 적극 활용해 보려는 것이죠.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의 근거지인 대구ㆍ경북(TK) 세력과 반 전 총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충청 세력이 손을 잡는다는 ‘대충연대’도 또 하나의 신조어입니다.

영충호(영남ㆍ충청ㆍ호남) 연대는 뉴DJP연대와 대충연대를 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1997년 ‘DJT(DJ+JP+TJ(박태준 전 총리)연대’ 를 본 뜬 것이죠.

4가지 정개 개편 시나리오를 상징하는 4개의 새 단어 모두 보수진영의 충청 세력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데요. 기존 보수 진영에서 충청을 대표할 거물급 인사가 없다 보니 충청 출신(충북 충주)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충청 세력이 뭉쳐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과연 이들 신조어 중 어느 것이 현실화 하고, 역사에 남는 말의 영광을 누리게 될까요. 이를 지켜보는 것도 대선을 앞두고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도 DJP, DJT가 정개개편의 교과서가 될 정도로 정치권에 끼친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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