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한 바닷가, 일흔이 넘은 노인이 유모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이거 내 자가용이야”라며 자랑하신다.
할머니의 마이카에는 재롱부리는 손주 대신 바다에서 갓 캐낸 조개를 가득 담은 큰 대야가 얹혀 있다. 아기가 앉는 자리는 널빤지로 개조됐고 하단 바구니엔 뻘에서 신는 장화와 조개 캐는 장비가 실렸다. 자신이 탈 자리만 없을 뿐 설비가 완벽한 자가용이다.
시중에는 유모차와 형태가 비슷한 노인용 보행 보조기가 ‘실버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뉴스에서 본 고가의 유모차는 용도를 다한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하다. 재활용 체계만 잘 갖춘다면 보조기와 짐수레가 필요한 모든 노인들이 ‘명품 자가용’ 하나씩은 보유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담당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