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내연기관(엔진)은 연료가 가진 에너지를 동력으로 바꿔 바퀴를 굴립니다. 엔진에 투입한 연료가 전부 동력으로 변환된다면 열효율은 100%가 되겠지만 기계적인 마찰, 배기와 냉각장치로 인한 손실 등으로 인해 현실에서는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이 보통 38% 정도에 그칩니다.
디젤 엔진의 열효율은 이보다 높은 평균 43%라고 합니다. 연료의 양이 같다면 열효율이 좋은 디젤차의 연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디젤은 태생부터 압축비가 높아 실린더 안에서 더 많이 팽창하고,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합니다.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드러났어도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 엔진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높은 열효율 때문입니다.
엔진을 품은 자동차가 탄생한 직후부터 업체들은 열효율 1%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실린더 내 압축비를 높이거나 혼합기 폭발시간을 늘리는 ‘앳킨슨 사이클’, 대용량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등 요즘 적용되는 다양한 방법들이 그 결과물입니다.
높은 열효율은 고연비를 의미하고,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의 상징이라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발표 때도 단골 메뉴입니다.
지난해 1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출시 행사에서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ℓ 가솔린 엔진이 세계 최고 수준인 열효율 40%를 달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도요타도 지난해 3월 1.8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4세대 ‘프리우스’를 내놓으며 “최대 열효율 40%를 실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요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말 고속연소기술을 적용하고 배기ㆍ냉각계통 손실을 줄여 2.5ℓ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을 40%, 같은 용량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41%까지 높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엔진들은 올해부터 도요타 신형 모델에 장착됩니다.
마쓰다는 디젤 엔진의 자연착화방식처럼 점화플러그 없이 압축공기를 폭발시켜 열효율을 높인 가솔린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인피니티가 20년간 개발해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가변압축엔진(VC-터보)은 주행조건에 따라 실린더 압축비를 자동으로 조절해 열효율을 높이는 2.0ℓ 가솔린 엔진입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내각부가 주관하는 공동연구로 고효율 엔진 기술력을 쌓고 있습니다. 가솔린 엔진 열효율을 50%까지 높이는 게 목표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열효율이 60%에 이르는 디젤 엔진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배터리로 모터를 돌리는 전기차 시대가 다가왔지만 ‘꿈의 열효율’을 실현한다면 엔진의 수명은 더 늘어날 겁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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