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일제히 날을 세웠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하고 EU를 ‘독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표현한 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유럽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외부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럽은 언제든 미국과의 협력을 할 자세가 돼 있지만 당연히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결정으로 퇴임하는 제인 하틀리 주프랑스 미국대사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최근 프랑스 사회당 후보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마뉘엘 발스 전 프랑스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의 인터뷰가 “유럽을 향한 전쟁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발스 전 총리는 사회당 대선후보 선출이 유력하지만 대선 경쟁에서는 ‘친트럼프’성향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나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에 크게 뒤지고 있다.
‘재앙적 난민정책’을 펼쳤다며 직접적인 비판 대상이 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은 유럽인의 손으로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난민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미국의 개입주의적 지중해ㆍ중동 정책에 있지 않느냐”며 더 격하게 반응했다. 그는 “우리는 약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며 유럽인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더 자신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낡아빠졌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표현도 유럽을 자극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이는 자신이 뽑아 놓은 국방장관 후보의 말과도 어긋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나토를 ‘선진적인 동맹’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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