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이 많다.’라고 하면 ‘것’이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먹을 것이 많다.’처럼 앞에 꾸며 주는 말과 함께 쓰면 비로소 ‘것’의 의미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반드시 꾸며 주는 말과 함께 쓰여야만 오롯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명사를 가리켜 ‘의존명사’라 한다. 의존명사는 말 그대로 의존적인 데다가 대개 한두 글자로 되어 있어 조사나 어미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결국 띄어쓰기에서도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조사나 어미는 붙여 써야 하지만 의존명사는 띄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나름, 나위, 노릇, 등(等), 등등(等等), 따름, 따위, 때문, 무렵, 즈음, 터’ 등은 조사처럼 여겨서 붙여 쓰는 경우가 많은 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반드시 수식어가 있어야 하고, ‘으로, 과, 에’와 같은 조사가 붙을 수 있다. 모두 의존명사인 것이다. 따라서 꼭 띄어 써야 한다. (형은 형 나름으로 동생을 도와주려 했다/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잡이 노릇을 하다/ 울산, 구미, 창원 등과 같은 공업 도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상추, 호박, 고추 따위를 심다/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다섯 시 무렵부터 내리는 비/ 시장할 텐데(터인데) 어서 먹어’)
‘뿐, 대로, 만큼’ 등은 조사로도 쓰이고 의존명사로도 쓰이므로, 그 쓰이는 환경에 따라 띄어쓰기를 달리해야 한다. 명사 뒤에 쓰일 때는 조사로 보아 붙여 쓰고, 동사나 형용사 뒤에 쓰일 때는 의존명사로 보아 띄어 쓰면 대개 틀리지 않는다. (‘내 사랑은 너뿐이야/ 나는 너만 사랑할 뿐이야’, ‘법대로 해라/법에 정해진 대로 해라’, ‘하늘만큼 높은 사랑/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사랑’)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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