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드 브렉시트’ 현실화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눈앞
불안요인 많아 변동성 커질 듯
글로벌 금융시장이 영국발(發) 악재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출렁이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다퉈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며 금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까지 연이은 대외 변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은 연초부터 살얼음판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연설에서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완전 탈퇴)’를 선언하자 유럽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요동쳤다. 이날 장 시작 후 하락세였던 영국 증시는 연설 직후 하락폭이 더 확대됐다. 반면 동반 하락세를 보였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증시는 연설 직후 불확실성을 떨치며 반등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전날 1파운드당 1.2047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추락했던 파운드화 환율은 연설 직후인 오후 1시25분쯤 파운드당 1.231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하락폭을 만회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까지 겹치면서 이날 시장 변동성은 더 확대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여파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98% 하락한 100.56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시장 불확실성과 양호한 경제지표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 국채금리가 줄줄이 떨어진데다 국제 금 가격도 17일 온스당 1,208.72달러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 작년 11월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최근 상승세를 타며 한 달 만에 7.6%나 급등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하드 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화의 변동성이 커졌고, 위험자산 기피 현상으로 아시아 증시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인 발언 등의 여파로 출렁였던 시장은 앞으로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설(18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1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20일) 등 대형 이벤트와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어 향후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각 이벤트는 언제든 다른 불안 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이벤트에 따른 시장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언제든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 경기 후퇴→EU 경기 침체→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 여파가 불가피하고 이 영향으로 국내 수출 등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하락,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의 악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게 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전 연구원은 “당분간 신흥국 통화에 약세 압력이 가해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엔화, 금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