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호무역주의를 어두운 방에 비유하며 자유무역의 확대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국제사회 주도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시 주석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막을 수 없다”면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두운 방 밖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수 있지만 빛이 있고 공기가 있다”는 말로 세계 경제교류의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점을 겨냥해 “중국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전 세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사유재산 보호와 공정한 경쟁을 약속한 뒤 “투자자들을 위한 문을 항상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지난해 11월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과 관련, “우리가 후세를 위해 짊어질 책임”이라며 “협약 서명국들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역시 협약에 반대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세계화가 빈곤ㆍ불평등을 초래한 사실을 지적한 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해 “발전은 사람들의, 사람들을 위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빈곤ㆍ불평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다짐했다.
중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 다보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시진핑 주석은 시종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55분간의 연설 중 절반 가량을 세계 경제 문제에 할애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비를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연설에는 2,000여명의 청중이 입장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강연장 주변에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청중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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