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스코틀랜드 지역정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등 반(反)브렉시트 진영이 테리사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강경 유럽연합(EU)탈퇴)’방침에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영국독립당(UKIP)등 탈퇴파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고 메이 총리의 보수당 정권과 집권 경쟁 중인 노동당과 협상 상대방인 EU측은 연설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제1장관 겸 SNP 대표는 17일(현지시간) 메이 총리의 연설 직후 스코틀랜드 독립까지 거론했다. 그는 “스코틀랜드는 메이 총리가 연설한 방향으로 투표하지 않았다”며 “브렉시트 방침을 재조정할 수 없다면 스코틀랜드는 스스로의 손으로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정부에 ‘영국은 유럽 단일 시장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스터전 장관은 메이 내각이 하드 브렉시트를 결행할 경우 두번째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를 결행하겠다고 암시해 왔다. 스코틀랜드에서 진행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독립 국민투표에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기에 여론의 추이에 따라 SNP의 움직임도 달라질 전망이다.
팀 패런 자유민주당(LD) 대표 역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연설은) 투표용지에 없었던 하드 브렉시트로 영국을 이끌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도적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폴 너털 영국독립당(UKIP) 대표는 메이 총리의 연설을 “10점 만점에 7점”으로 평가하며 “몇몇 부분은 마치 UKIP 행사 연설처럼 들리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EU 단일시장 탈퇴와 이민 통제를 약속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주장해 온 단체 ‘리브 민즈 리브’의 리처드 타이스 공동대표는 “EU가 영국과 새 협약을 맺기를 거부한다면 영국이 주저 없이 유럽을 떠날 것이라는 발언은 우리의 입장과 같다”고 기뻐했다.
지금껏 메이 정권의 브렉시트 노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노동당은 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제러미 코빈 당대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이 무산될 경우 법인세를 대폭 감면해 영국을 ‘조세회피천국’으로 만들 것이라 암시했다며 비판적으로 논평했다. 반면 노동당 예비내각(섀도 캐비닛)의 키어 스타머 브렉시트장관은 “메이 총리는 일단 하드 브렉시트로 가지는 않기로 한 셈”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는 잔류파 정치권의 주류 입장과 다소 동떨어진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U는 대체적으로 메이 총리의 연설이 영국의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도날트 투스크 EU이사회 의장은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 나왔다”며 “EU는 협상에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질서있는 탈퇴에 동의한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영국 계획이 좀 더 분명해졌다”고 논평했고 토마스 프루자 체코 유럽장관은 “하드 브렉시트를 원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결국 이득만 보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브렉시트 협정안이 의회 투표를 거친다는 메이 총리의 발언에 대한 해석도 엇갈렸다. 파운드화는 ‘하드 브렉시트’ 소문이 돌면서 1파운드당 1.2047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장중 1파운드당 1.2347달러로 회복했다. 이를 두고 시장이 메이 총리의 ‘의회 투표’ 발언에 희망을 걸게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협정안의 의회 투표가 부결되면 영국이 EU에 남는다는 뜻이냐”는 질문을 받고 “메이 총리의 발언은 의회가 브렉시트를 지지할 것을 확신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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