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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간다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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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간다는 이 남자

입력
2017.01.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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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연구 1호 한성용씨

40여년 만에 한강에 나타난 수달 가족 소식 듣고 환희

수달전문가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장은 “수달 전문가가 더 많이 나와 멸종위기 종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수달전문가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장은 “수달 전문가가 더 많이 나와 멸종위기 종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아이고 이 녀석들, 그동안 엄마랑 잘 놀고 있었구나!”

지난 2일 서울 한강에서 40여년 만에 수달 가족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는 소식을 들은 한성용(53) 한국수달보호협회장은 강원 화천군에서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갔다. 지난해 3월 한강 탄천에서 수달 한 마리를 봤다는 시민 제보가 있은 뒤 감감무소식이던 ‘녀석들’의 소식을 그 누구보다 궁금해했던 사람이 한 회장이다. “가장 오염된 도시라고 여겼던 서울도 수달이 사랑하는 자연 그대로인 곳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희망적이죠?”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아 인터뷰에 응한 한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달을 연구한 그야말로 ‘수달의 아버지’다.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처럼 이들을 연구하는 사람도 국내 대학원생들을 포함해 10명 정도로 드물다. 이 때문에 수달 발견 제보가 있는 전국 곳곳에 한 회장은 빠지지 않고 나타난다.

제주에서 태어나 유독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한 회장에게 왜 하필 수달이었냐는 질문을 던지자 “미드(미국 드라마) 때문”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중학생 시절 미국 NBC에서 방영하던 ‘애틀랜티스에서 온 사나이’에서 귀 뒤에 아가미가 달린 남자 주인공이 중학생이던 한 회장의 마음을 두드렸다. 물 속에서 생활하며 사람을 구하기도 하는 영웅담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수달 같더라고요. 물 속에서 자유자재로 활동하는 포유류인 이 동물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근 서울 한강에서 발견된 수달에 대해 한 회장은 “한강의 생태다양성이 개선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왕태석 기자
최근 서울 한강에서 발견된 수달에 대해 한 회장은 “한강의 생태다양성이 개선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왕태석 기자

한 회장이 대학(경남대 생물학과^동대학원) 생활을 한 1990년대 초까지 국내 수달 전공교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박쥐 연구가이던 당시 지도교수가 “수달 논문도 없는데 차라리 박쥐를 전공하라”는 설득에도 그는 “수달만 눈에 들어온다”며 고집을 부렸다. 당시 경남대에서 강의하던 일본인 교수의 도움으로 일본 도서관에서 영어 논문을 복사해 가며 수달 연구를 이어 갈 수 있었다. 한 회장은 “하마터면 박쥐 전문가가 될 뻔 했다”며 껄껄 웃었다.

30년간 전국을 오가며 잊지 못할 사연도 많다. 1996년 군사보호지역인지도 모르고 수달 서식 조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강원 파로호에서 군인들에게 쫓겨난 일, 조사 중 강물에 휴대폰을 빠뜨렸다가 수심이 줄어들어 정확히 2년 만에 똑같은 지점에서 되찾은 일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다. 1997년 거제 연초댐을 세 달간 찾아간 끝에 국내 최초로 야생 수달을 촬영한 기록도 있다. “이 녀석들이 경치를 보면서 다니나 싶을 정도로 수달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살죠. 덕분에 경치구경은 실컷 했네요. (웃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수달 전문가그룹 한국대표, 한국수달연구센터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중앙 자문위원 등 그가 수달과 관련돼 보유한 직함만 10여개. 그만큼 수달 전문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회장은 “취업 때문에 생물 등 기초과학을 등한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자비한 개발로 2012년 수달 멸종 공식 선언을 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멸종위기 종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등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젊은 시절 제보를 받고 10시간을 달려간 곳에서 새끼 수달이 두 손에 올려놓자마자 숨을 거둔 일은 한 회장에게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이후 수달의 행복을 위해 더 힘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특유의 동심 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수달은 제 운명입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1990년대 말 한 회장이 수달을 하천에 방사하는 모습. 한성용 회장 제공
1990년대 말 한 회장이 수달을 하천에 방사하는 모습. 한성용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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