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에 대해 네티즌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43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되자, 법원이 돈 있는 자들에게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 2,400원을 미납한 버스기사의 해고무효 소송을 기각한 판결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법이 있는 자에게만 관대하다”고 분노하고 있다. 자칫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조의연(51)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사실상 특검과 이 부회장의 주장 중 후자를 거의 전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조 판사의 과거 판결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네티즌들은 그간의 행보로 보아 그가 친(親)기업적 성향을 지닌 것이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조 판사는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중심에 있는 존 리 전 옥시 대표, 배출가스 조작에 연루된 폴크스바겐 박동훈 전 사장의 구속영장도 기각한 적 있다.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로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기각 사유와 비슷하다. 반면 조 판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 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주요 인물 중 재계 출신이 아닌 인물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판사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뒤 판사로 임관했다. 군 법무관과 법원행정처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서울고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의 이력을 지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영장 기각에 대해 “국민 여론보다 법리를 중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격앙된 네티즌들은 조 판사가 사심을 품고 내린 결정이라고 단정 짓고 분노하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에는 “퇴직 후에 삼성에 임원 자리 하나 꿰차는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조의연 판사의 10년 후 모습, 삼성 법무팀 사장 및 실세” “원칙주의자? 재벌은 내 밥그릇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원칙이냐” “삼성 장학생인가 보다” 라며 분노를 드러내는 글이 하루종일 올라왔다. 조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사실무근 루머까지 돌 정도다.
마침 광주의 한 버스기사가 2,400원을 미납(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에 대한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법의 잣대가 재산에 따라 이중적이라며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기 전날인 18일, 광주지방고등법원은 10일 이내 버스기사를 복직시키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네티즌들은 기사 댓글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많으면 기각 돈 없으면 구속이냐” “법리는 돈 없고 힘없는 서민한테만 적용되나 보다”라는 글을 남기며 분노했다.
정유경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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