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안전운전, 이것만 명심하라.
밤사이 쌓인 눈이 수북하다. 자동차로 출근할까 고민하는 당신께 고하니, 초보운전이거나 마음이 불안하다면 운전을 삼가라. 하지만 눈이 왔다고 한 곳에만 머무를 수 없는 법. 부득이하게 눈길 운전을 해야만 한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비결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눈길 운전을 위해 무엇보다 미리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게도 차 상태를 점검하는 것. 그리고 목적지까지의 도로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운전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차가 미끄러지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도 기억하자.
1 출발 전 외관 점검, 눈은 안전 운전의 주적!
눈은 안전 운전의 ‘주적’이다. 자동차에 쌓인 눈과 신발에 묻은 눈은 반드시 제거하라.
앞창과 사이드 미러는 물론 헤드라이트나 지붕, 트렁크 등 자동차에 쌓인 눈 또한 모두 털어내고 운전하자. 유리에 쌓인 눈만 제거한다면 지붕이나 보닛에 쌓여 있던 눈이 날려 시야를 가릴 수 있다. 귀찮더라도 다른 운전자에게 의사를 알릴 수 있는 방향지시등이나 제동등에 쌓인 눈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발에 묻은 눈이 페달에 묻으면 미끄러질 수 있으니 차에 타기 전에 깨끗하게 털어내자.
2 겨울용 안전장구는 필수!
스노 체인과 겨울철 타이어(스노타이어)는 필수품이다. 다만 체인은 눈길에서는 효과가 좋지만 얼어 붙은 빙판길에서는 스케이트 날처럼 미끄러질 수 있다. 스노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비싸지만, 발포 고무를 써서 타이어 표면의 수많은 공기 주머니가 빨판처럼 작용해 접지력을 높인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할 때는 앞바퀴 굴림 자동차라면 앞쪽 휠에, 뒷바퀴 굴림 자동차라면 뒤쪽 휠에만 달아도 효과가 있다. 도심 도로에서는 일회용 스노 스프레이나 뒤쪽 타이어만 교체해도 효과가 있다. 먼 길이 아닐 경우 스노 스프레이도 효과가 있다. 스노 삭스는 체인에 비해 타이어에 씌우기가 쉽고 부피도 차지하지 않아 트렁크에 구비하면 든든할 것이다.
3 출발 전 배터리 점검!
겨울은 온도가 낮다. 전기 장치에 가장 힘든 계절이다. 추위와 폭설은 차량 내부 장치를 동파시키고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킨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은 최악이다. 출발 전에 미리 점검한다면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보닛을 열고 배터리에 달린 창만 확인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은 담보할 수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운전을 원한다면 배터리 확인은 필수다.
4 앞차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운전하라.
눈이 쌓였을 때는 앞 차 바퀴 자국을 따라 운전하자. 특히 폭설이 내린 뒤 앞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은 기차의 트랙 같아서 차선 밖으로 벗어나는 걸 막는다. 그러나 바퀴 자국을 따라 압설면(압력으로 눈이 얼음으로 바뀐 도로)이 만들어졌을 경우는 다르다. 압설면은 끊임 없이 압력이 가해져 빙판처럼 단단히 다져진 눈길이므로 표면이 매끄럽게 변해 마찰력이 사라진다. 차량 이동이 많은 도로는 앞 차가 지나간 자리가 녹아있지만, 차량 흐름이 없는 곳은 오히려 압설면이 한층 위험하므로 피해가야 한다. 그럴 경우 바퀴 자국이 없는 길에서는 눈 속에 파묻힌 구덩이나 돌이 있는지 주의하자.
5 그늘진 도로나 블랙 아이스 위에서는 서행할 것.
좁은 골목이나 눈이 녹은 뒤 다시 얼어버리는 그늘진 곳은 피하라. 쌓인 눈이 녹은 뒤 다시 어는 과정에서는 표면이 마치 얼음처럼 단단해진다. 게다가 표면이 녹으며 얼음 위에 수막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미끄러운 조건이다.
통행량이 많은 넓은 도로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도로 표면이 젖어있는 듯한 블랙아이스도 요주의 대상이다. 블랙아이스는 눈이 내린 뒤 오후 햇살에 녹아 도로에 스며들었다가 기온이 확 내려가는 밤에 다시 얼어붙어 매끄러워진 부분이다. 빙판길이나 마찬가지인데 운전자는 쉽게 눈치채지 못하고 경계하지 않아서 한층 위험하다. 응달에 많이 존재하며 밤 사이 통행량이 적고 기온이 낮아 도로가 얼어있다가 갑자기 차량 운행이 몰리기 시작하는 새벽 6시부터 아침 8시 사이의 출근 시간대가 가장 주의해야 하는 시기다.
6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린 뒤에는 한층 주의할 것.
눈이 온 후 얼지 않도록 도로에 살포하는 염화칼슘이 남아 있는 도로도 주의해야 한다. 눈이 어는 점을 낮춰주는 염화칼슘은 눈이 다 녹은 후에도 도로에 남아 있다. 마치 비가 내린 직후의 도로와 같은 조건이다. 얼음이나 눈이 아니지만 미끄러지는 것은 마찬가지. 방심은 금물이다.
7 항상 전조등을 켜고 출발은 부드럽게
눈이 내릴 때는 맑은 날에 비해 시야 확보가 어렵다. 주간주행등이 없다면 항상 전조등을 켜자. 함께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나 대항차에게 내 위치를 알리는 역할 또한 무척 중요하다.
출발은 천천히 부드럽게.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라면 1단보다는 2단 출발을 권한다. 1단으로 출발하면 구동력이 너무 커서 바퀴가 헛돌 위험이 있다. 2단으로 출발하면 구동력이 줄어 적당한 마찰력을 일으키며 차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자동변속기라면 스노 모드를 켜거나 연비 향상을 위한 에코 모드를 켜고 운전하는 게 좋다. 강력한 파워는 눈길 운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8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급조작을 피한다.
차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저속으로 천천히 운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안전거리는 평소의 2배 이상으로 확보하고 속도는 반으로 줄이자. 중형차로 테스트한 도로교통공단의 눈길 실험 결과에 따르면 시속 40km일 때 마른 노면과 눈길의 제동 거리 차이는 3배지만, 시속 100km일 때는 5배까지 차이가 난다. 눈길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다 완전히 서려면 무려 204m가 필요하다.
4가지 ‘급’ 금지.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 급회전은 눈길 운전 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마찰력이 상실되는 빙판에서 급조작을 하면 자동차는 운전자의 의지와 전혀 상관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게 된다. 특히 미끄러질 때 급제동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요즘 자동차에는 바퀴가 잠기는 걸 방지하는 ABS가 달려 있다. 브레이크를 밝고 안전지대를 찾아 멀리 내다보며 운전대를 부드럽게 조작한다. ABS가 없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아서 제동 정도를 확인한 후 서서히 나눠 밟아줘야 한다. 기어 단수를 낮추는 방식의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한다.
9 차가 미끄러질 때는 차체 뒤쪽의 방향에 맞춰 운전대를 조작하라.
주행 방향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미끄러질 때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에서 모두 발을 떼고 차체 뒤쪽이 회전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조작해야 한다. 앞쪽이 아니라 ‘뒤쪽’이다. 헷갈리면 안 된다. 뒤쪽이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면, 앞 머리는 왼쪽으로 가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으니 차가 움직이는 방향을 잘 확인해야 한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므로 운전대는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
커브 길은 미리 속도를 줄여 두자. 커브 길에 진입하고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면 미끄러질 위험이 더 커진다. 미리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돌아 나가면서 서서히 속도를 올려 빠져나가면 된다.
10 폭설이 예보되면 와이퍼를 세워두자.
눈이 내릴 때 야외에 차를 주차한다면 와이퍼를 세워 두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두어야 한다. 와이퍼를 눕힌 채로 놔두면 밤새도록 내린 눈으로 와이퍼가 얼어붙거나 변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낮은 기온으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가 두면 동결돼 풀리지 않을 수 있으니, 사이드 브레이크는 풀어둬야 한다. 수동 변속 차라면 기어를 1단이나 후진, 자동변속기의 경우 P 상태로 주차하면 된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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