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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순실 사촌 “박정희, 종교 이용해 정치… 최태민과 이해관계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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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순실 사촌 “박정희, 종교 이용해 정치… 최태민과 이해관계 일치”

입력
2017.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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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대한구국선교단 설립

반공을 조직이념 전면 내세워

박정희가 쓸만하다며 가까이해

朴ㆍ崔 일가 2대 걸친 인연 시작

사촌동생 최순실 엄벌하고

해외재산 모두 찾아내 환수해야

1976년 박정희 대통령(왼쪽)이 대한구국선교단 야간진료센터를 방문해 최태민(오른쪽) 총재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 가운데는 박근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6년 박정희 대통령(왼쪽)이 대한구국선교단 야간진료센터를 방문해 최태민(오른쪽) 총재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 가운데는 박근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 최태민(1994년 사망)씨와 가까워진 이유는 종교를 정치세력으로 만들려 했던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각각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까지, 2대(代)에 걸쳐 이어졌다. 민간인에 불과한 최씨가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른 희대의 스캔들을 발생케 한 뿌리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태민씨 조카이자 최순실씨의 사촌동생인 최용석(59)씨는 2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큰아버지(최태민)가 원래 정치가 꿈이었는데, 돈이 없다 보니 종교에 귀의를 해서 종교를 정치화하려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생전 스스로를 ‘목사’라고 칭했던 최태민씨는 1970년대 초 ‘살아 영생’이라는 교리를 표방하면서 불교와 기독교, 천도교를 통합했다는 ‘영세교(靈世敎ㆍ또는 영생교)’를 창시했다. 용석씨는 “큰아버지는 불교청년회 부회장 출신인데, 불교는 정치력이 강하지 않아서 전파력이 큰 기독교로 돌아섰다”며 “(영세교 창시의 근본적인 목적은)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박정희-최태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최태민씨가 영세교 간판을 내리고 1975년 설립한 종교단체 ‘대한구국선교단’(이하 선교단)이다. 용석씨는 이 단체를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종교로 십자군을 만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선교단 산하에는 ‘구국십자군’이라는 명칭의 조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의 국시(國是)나 다름없었던 ‘반공’(反共)을 조직이념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구국십자군이 정치화됐고, 박 전 대통령이 ‘쓸 만하다’고 판단해 (최태민씨를) 옆에 둔 것”이라는 게 용석씨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선교단 설립 자체가 애초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에서 비롯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75년 이전, 다시 말해 최태민씨가 사이비 종교 교주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박근혜 당시 영애(대통령의 딸)가 이 단체의 명예총재를 맡은 것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최순실씨에 대해 용석씨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 차명보유 의혹이 일고 있는 해외재산도 모두 찾아내 환수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부친에게서 보고 배운 게 있으니, 최순실씨도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문고리 3인방’(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전 비서관)과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최순실씨에게 자금이 남아 있는 한, ‘옥중정치’를 하면서 ‘최순실 세력’을 계속 유지해 ‘복수의 시나리오’를 도모할 것이라고도 했다.

용석씨는 “젊은 시절 최태민씨가 사실상 관리했던 영남대에서 근무하며 최씨 일가와 교류를 맺긴 했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완전히 단절됐다”면서도 “핏줄인 건 부정할 수 없어 죄인 된 심정으로 산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40여년 전에 이미 그 씨앗이 뿌려졌던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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