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38)씨는 지난해 인터넷에서 서울 A호텔의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봤다. 채용 시 성별 연령 학력을 확인하지 않고, 급여는 근무일 다음날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업무는 손님 응대 및 안내, 간단한 서빙, 테이블 정리 등.
이미 다른 호텔에서 비슷한 업무를 해 본 권씨는 이름, 나이, 근무 가능한 날짜와 시간 등을 적어 문자로 지원서를 접수했다. 호텔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을 담당하는 B협력업체는 권씨에게 ‘26일 출근하라’는 답변과 함께 ‘단정한 머리’ ‘유니폼 및 검정구두 착용’ 등 간단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들뜬 마음으로 출근한 권씨에게 호텔 측은 별안간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2년 전부터 진행된 탈모로 고민하다 아예 밀어버린 권씨의 머리를 문제 삼았다. 한마디로 권씨가 ‘대머리’이기 때문.
B업체 채용담당자는 “대머리인 권씨가 고객에게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채용 공고상 ‘단정한 머리’는 깔끔하게 빗어 넘겨 왁스로 고정시킨 머리이고, 과거에도 대머리 남성을 단기근로자로 채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고용주인 A호텔 역시 B업체 보고를 받고 “권씨 머리가 고객에게 불편함과 거부감을 줄 있는 부적합한 외모”라며 권씨 채용을 물렀다.
당황한 권씨는 도망치듯 호텔을 빠져 나왔다. 권씨는 원치 않는 탈모에 채용 거부까지 당한 게 억울해 같은 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외모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24일 “탈모는 개인이 조절하기 어려운 자연적인 현상임에도 사회통념상 호텔접객업에서 고객 서비스에 부적합한 외모라 단정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A호텔 측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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