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되면 내가 책임질 테니 당장 출석하라고 해.”
검사가 고성을 질렀다. 회사 대표가 연루된 사건에 참고인으로 나오라는 통지에 임신 8개월인 A씨가 “임신 중이고 당일 산부인과 진료로 출석이 어렵다”고 날짜 조정을 수사관에게 요청하자 곁에서 듣다 폭언을 뱉은 것이다. 수사 검사는 A씨에게 “조사 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수 차례 언급했다. A씨는 출산을 앞두고 검사의 말을 협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담당 변호사가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4일 공개한 ‘2016년 검사평가 사례집’을 보면, 폭언과 강압적 태도, 때론 협박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은 ‘나쁜 검사’들의 행태가 수두룩하다. 성추행 혐의로 검찰청에 온 남성에게 수사 검사가 “딱 보면 안다. 자백하세요. 당신 눈이 흔들려요. 당신은 범인이 맞아요”라고 황당한 발언을 거듭한 사례도 있었다. 당사자는 억울해 거짓말탐지기로 수사해달라고까지 했지만 검사는 “그거 해 봤자 거짓말로 나올 게 뻔하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형사 사건에서 검찰과 맞상대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임을 감안해야 하지만, 평소 자신의 의뢰인이 불이익을 받을 까봐 말을 아꼈던 변호사들이 상세히 밝힌 나쁜 검사 사례들에서 인권 침해로 의심할 만한 심상치 않은 대목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검사평가제는 변협이 2015년 10월 처음 실시했고, 올해 두 번째다. 폐쇄된 공간인 검찰 조사실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자백 강요나 인격 모독, 무리한 강압수사, 전관예우로 인한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을 변호사들이 발굴해 검찰총장 등에 전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7명 등 20명이며, 이중 1명은 폭언으로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덕곤(서울중앙지검) 황재동(광주지검) 검사 등 10명은 우수검사로 뽑혔다. 변호사 2,178명(전체 변호사의 11.5%)이 검사 1,303명을 평가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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