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가 있는 딸 세진이가 아니었다면 세진플러스를 만들 생각도 못했고,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도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장애인의 경제적ㆍ사회적 자립을 돕는 의류제조업체 세진플러스를 운영하면서 최근 폐섬유 소재 슬레이트를 개발한 박준영(51) 대표는 신사업 추진의 동력으로 딸 세진이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꼽았다. 2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산학관에서 만난 박 대표는 “원래 하던 봉제공장을 계속 운영했더라면 예전과 변함 없는 삶을 살았을 텐데 장애인 친구들과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피로를 일로 푼다는 박 대표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건 ‘플러스넬’이라 이름 붙인 건축자재다. 버려진 섬유 제품을 압축해 재가공한 건축용 슬레이트로 저렴하고 파손의 위험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쓰레기를 재활용하니 탄소배출을 줄이고 목재나 시멘트를 덜 사용할 수 있어 환경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장애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작은 사회적기업이 신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진플러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2015년 말부터 투자를 시작한 SK행복나눔재단의 도움과 봉제업에 40년간 몸담고 있는 박 대표의 전문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수익도 낼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플러스넬입니다. 슬레이트 특성에 맞게 섬유를 분류해서 패널을 제작하는 데 장애인들이 기능공으로 참여할 수 있겠다 싶었죠. 봉제인으로서 섬유의 특징을 잘 알고 있으니 도전해볼 만하다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가 개발한 폐섬유 재활용 소재는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해외에서 먼저 가능성을 알아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산업지속가능성센터가 스리랑카의 대학, 연구기관 등과 현지의 늘어나는 섬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다 플러스넬에 주목한 것이다.
세진플러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봉제공장을 운영하던 박 대표가 몸이 불편한 딸을 생각해 2010년 설립한 회사다. 단체복, 운동복 등의 의류를 생산하며 일반 교복을 입기 힘든 장애 학생들을 위해 장애인 맞춤 교복 사업도 펼치고 있다. 26명의 직원에 연간 매출이 6억원 정도인 작은 회사지만 플러스넬이 양산되고 해외와 공동 사업을 진행한다면 한 해 매출이 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세진이 같은 장애인 아이들이 일도 하고 문화 예술을 누리면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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