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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최순실 짜맞춘 듯 동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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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최순실 짜맞춘 듯 동시 반격

입력
2017.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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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기습 인터뷰

“최순실 사건 기획한 세력 있다… 崔 자백 강요, 너무 엮은 것”

최순실, 특검 앞서 돌변

“민주주의 특검 아니다… 朴과 경제공동체 자백 강요”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1)씨가 지난해 10월 31일 검찰 소환될 당시 모습(왼쪽)과 25일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1)씨가 지난해 10월 31일 검찰 소환될 당시 모습(왼쪽)과 25일 특검에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우발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타이밍을 맞춘 듯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박영수(65) 특별검사팀에 강제로 끌려 나온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는 강압수사를 주장하며 특검을 맹렬히 공격했다. 언론 앞에서 거의 침묵하던 박 대통령과 최씨가 동시다발적으로 공세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TV’와의 1시간 동안 인터뷰에서 질문에 대한 답 형식이기는 하지만 기획설을 언급하면서 “(나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사실에 근거가 없는 거짓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공격적인 인터뷰와 수사내용에 대한 대부분의 부인과 반감 표출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체포영장 발부로 이날 오전 특검에 소환된 최씨의 태도가 180도로 표변한 데 있다.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호송된 최씨는 호송차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살핀 뒤 고개를 세우더니 “여기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돌연 외쳤다. 구속된 후 언론노출 때마다 고개를 숙였던 종전과 확 달라진 자세다. 최씨는 또 격앙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너무 억울해요. 우리 애들까지,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이라고 항의했다. 지난해 귀국한 뒤 검찰에 소환될 때만 해도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먹이던 최씨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태우려는 교도관들을 버텨내며 악을 쓰듯이 말을 이으려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자세변화를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심판 시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건 기획 배후설과 강압수사 주장을 내세우는 양면 공세로 뇌물, 블랙리스트, 비선의료 세 갈래로 진행중인 특검 수사를 흠집 내는 동시에 보수층 결집과 설 민심까지 감안한 고도의 전략적 행동으로 보인다.

특히 최씨의 돌발행동을 비리 혐의를 받는 일개 부녀자의 울분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해석이다. 박 대통령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극소수에게만 자신을 노출시키며 국정을 배후에서 농단하고, 사익을 취한 그간의 행동양상에 비춰보면 그렇다. 이처럼 용의주도하고, 대통령이 의존한 정치적 감각까지 갖춘 ‘은둔의 권력자’가 공개적인 반격을 나선 데는 노림수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최씨를 “소소하게 심부름을 하면서 충실히 도와준 사람”이라며 최씨의 국정개입, 사익 추구를 몰랐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씨의 공세에 대한 유력한 해석은 자백 강요 등 강압수사 프레임으로 특검 수사의 신뢰도를 추락시킴으로써 국정농단 재판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뇌물수사와 관련된 최씨의 “경제공동체 자백 강요” 언급과 관련해선 박 대통령도 이날 인터뷰에서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고 심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수사방향과 관련해 양자의 직간접적 교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경제공동체를 말한 것으로 봐서는 미리 진술을 준비하고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태도변화에는 수사 견제 의도가 농후하다. 특히 최씨는 자백이나 사실관계 확인을 피하기 위한 수사 방해 목적이 뚜렷하다. 최씨는 그간 특검으로부터 7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지난달 24일 첫 소환에만 응했을 뿐 건강상 이유 등 핑계를 대며 6차례 출석을 거부했다. 특검이 이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대응에 나서자 최씨는 자신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도록 강압수사 주장을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검은 최씨의 주장을 “근거 없는 수사 흠집내기”라고 일축했지만 박 대통령의 견제 발언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보수ㆍ진보 갈등으로 번지는 수사와 탄핵심판의 파장에 비춰볼 때 절차에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최씨 양자의 반격은 특검의 대면조사가 임박하자 강공으로 선회한 것일 수 있다. 삼성 등 대기업 뇌물을 받은 공범으로 지목된 최씨와 박 대통령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뇌물 혐의가 대통령에게까지 미치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기획설과 무리한 수사 주장이나 최씨의 강압 수사 발언은 수사팀 심기만 건드려 오히려 역효과가 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재TV 제공=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재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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