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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금지 약물로 벼락맞은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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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금지 약물로 벼락맞은 볼트

입력
2017.01.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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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가 리우올림픽에서 딴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입맞추는 모습. 볼트는 남자 육상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올림픽 3연속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베이징올림픽 때 400m 계주 멤버였던 동료의 금지약물이 드러나 금메달 1개를 박탈당했다.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우사인 볼트가 리우올림픽에서 딴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입맞추는 모습. 볼트는 남자 육상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올림픽 3연속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베이징올림픽 때 400m 계주 멤버였던 동료의 금지약물이 드러나 금메달 1개를 박탈당했다.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가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세운 ‘불멸의 대기록’ 트리플-트리플(올림픽 3연속 3관왕)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6일(한국시간) “자메이카 육상 선수 네스타 카터(32)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메틸헥사나민 성분이 검출됐다”며 “카터가 딴 남자 400m 계주 금메달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계주 종목은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도핑이 확인되면 다른 선수도 함께 메달을 잃는다. 이에 따라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였던 볼트도 금메달을 반납하게 됐다.

동시에 대기록도 사라졌다.

볼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 200m, 400m 계주를 석권했고,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에서도 3관왕에 올라 전인미답의 ‘올림픽 육상 3회 연속 3관왕’을 달성했다. 리우올림픽 400m 계주 금메달을 거머쥔 순간 그는 “드디어 불멸의 기록을 만들었다”라고 포효했다.

볼트는 역대 올림픽 육상 종목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 보유자 리스트에서도 내려와야 한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9개로 1920년대 장거리 선수로 활약한 파보 누르미(핀란드), 미국 육상 영웅 칼 루이스(56)와 함께 통산 금메달 획득 공동 1위였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볼트의 금메달 숫자는 8개로 줄었다.

‘올림픽 결승 무패 신화’도 깨졌다.

볼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m 예선에서 탈락한 기억이 있지만 이후 9번의 경기에서는 모두 결승에 올라 우승했다. 그러나 이제 볼트의 베이징올림픽 400m 결승전 기록은 ‘실격’으로 남는다.

우사인 볼트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우사인 볼트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더 큰 문제는 올림픽 메달을 추가로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카터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볼트와 계주 팀을 이뤄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또 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400m 계주에서도 볼트와 호흡을 맞췄다. 자메이카 릴레이 팀은 2007년 은메달을 땄고 이후 3차례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IOC의 추가 조사에서 카터의 약물 양성 반응이 더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볼트는 작년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올 8월 런던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 더 이상 올림픽 출전의 기회도 없다.

카터의 금지 약물 복용은 작년 6월 외신보도로 이미 한 차례 알려졌다.

당시 ‘자메이카 톱클래스 선수 중 한 명이 베이징올림픽 도핑 양성 반응자 32명 중 하나다’는 보도가 나와 해당 선수가 볼트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결국 카터로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그 때 IOC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식적으로 이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었다.

볼트가 메달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육상 여자 계주 팀의 경우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1,600m과 400m 계주에서 각각 금메달, 동메달을 땄지만 매리언 존스(42)의 금지약물 복용이 탄로나 함께 메달을 빼앗겼다. 존스의 잘못으로 덤터기를 쓰게 된 7명의 선수는 동반 처벌은 부당하고 ‘올림픽이 끝난 뒤 3년이 지난 결과에 대해서는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IOC의 규정을 내세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냈고 지난 2010년 7월 승소했다. CAS는 ‘시드니올림픽 당시에는 IOC나 IAAF 중 어느 곳도 한 선수의 도핑으로 팀 전체 성적을 취소한다고 명확히 규정한 바 없다’며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볼트가 항소할 지는 확실치 않다.

작년 6월 카터의 도핑 양성 반응이 처음 알려졌을 때 볼트는 영국 매체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수 년 동안 금메달을 쌓기 위해, 또 챔피언이 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러나 단지 그것들(여러 메달) 중 하나 일 뿐”이라며 “내 금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면 반납하겠다. 그것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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