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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도깨비’의 씁쓸한 OST 뒷이야기

입력
2017.01.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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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도깨비'는 OST가 유독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곡 주인이 바뀐 노래가 많아 구설에 올랐다. 화앤담픽처스 제공
tvN 드라마 '도깨비'는 OST가 유독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곡 주인이 바뀐 노래가 많아 구설에 올랐다. 화앤담픽처스 제공

“몹시도 좋았다, 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tvN 드라마 ‘도깨비’에 실린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가사다. “언젠가 만날 우리 가장 행복할 그날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는 노랫말이 드라마 속에서 김신이 가슴에 꽂힌 검을 뽑고 ‘무’(無)로 돌아가기 직전 지은탁(김고은)에 건네는 말 같아 더 애닯다. 작사가 이미나가 ‘도깨비’를 쓴 김은숙 작가의 대사 스타일 등을 곡에 잘 반영해 몰입을 높인 덕분이다. 가창자인 가수 에일리의 공도 크다. 에일리는 가사에 담긴 김신의 쓸쓸한 감정을 격렬하게 쏟아내지 않고 머금는 듯 노래해 비장미를 높였다. 드라마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다. 멜론 등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7일 공개된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21일까지 2주 연속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도깨비’ OST에 극중 김신의 대사처럼 “모든 날이 행복”인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 곡에 두 명의 주인이 있어 구설에 휘말렸다. 드라마 오프닝 타이틀곡인 ‘라운드 앤드 라운드’를 둘러싼 논란이다. 실제 방송에는 가수 한수지가 몽환적인 목소리로 불러 드라마에 신비감을 줬는데, 음원 사이트에는 다른 가수의 이름으로 곡이 나와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가수 헤이즈가 난데없이 메인 가창자로 나오고, 한수지가 피처링으로 표기된 탓이다. 곡을 들어보면 헤이즈가 후렴을, 곡 인트로는 한수지가 부르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도깨비’ OST를 제작한 CJ E&M은 애초 곡 기획 단계부터 한수지 부분을 제외한 부분에선 다른 목소리의 가창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 논란에서 제작사의 기획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왜 음원 사이트에서 ‘라운드 앤 라운드’를 돈을 내고 재생했을까? 드라마에서 들은 노래와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 곡을 재생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한수지란 가수의 목소리에 반해 곡을 소비한 건데, 정작 다른 가수의 목소리가 더 많아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라운드 앤드 라운드’ 관련 논란이 소비자 입장에서 사소하지 않은 이유다.

또 다른 궁금증이 뒤따른다. CJ E&M은 왜 헤이즈가 메인 가창자로 나선 ‘라운드 앤드 라운드’만 음원 사이트에 선보인걸까. 한수지가 부른 ‘도깨비’ 도입부 음악은 방송 내내 시청자 반응이 좋았다. 인지도 있는 가수는 아니지만, 목소리 톤이 신비롭고 기존 가수에겐 들을 수 없었던 새로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요계 관계자들은 CJ E&M이 한수지 대신 헤이즈를 앞세워 곡을 낸 이유를 상업적인 이유로 바라봤다. 인지도가 높은 가수를 내세워 더 많은 음원 매출을 거두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에서다. Mnet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2’ 출신인 헤이즈는 소리 없는 ‘음원 강자’로 불린다. 무심한 듯 하지만 감성적인 목소리가 장점인 가수로 지난달 5일 발표한 ‘저 별’이란 곡으로 12월 월간 음원 차트 1위(가온차트·스트리밍 기준)를 차지했다. 같은 달 나온 그룹 빅뱅의 신곡 ‘에라 모르겠다’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스트리밍으로 헤이즈의 노래를 들었다. 많은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음원 성적인 좋은 헤이즈를 내세운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런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도깨비’에 한 곡을 두 사람이 부른 노래가 더 있다. 바로 ‘뷰티풀’이다. 방송 1회 김신과 지은탁이 처음 만난 장면에서 흘러 나온 ‘뷰티풀’과 3회 이후 드라마에 나온 ‘뷰티풀’은 가창자가 다르다. 드라마 초반에 삽입된 ‘뷰티풀’은 곡을 만든 이승주 작곡가가 불렀고, 이후 드라마에 나온 곡은 유명 리듬앤블루스(R&B)가수 크러쉬가 불렀다. 애초 이승주가 부른 곡은 ‘뷰티풀’의 가이드 버전이었다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지만, 이 해명 역시 석연치 않다. 가이드 버전이란 곡을 부를 가수에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부른, 가녹음한 버전을 일컫는다. 제작사 설명대로라면 미완성의 노래를 드라마에 내보냈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이를 고려하면 ‘뷰티풀’도 ‘라운드 앤드 라운드’처럼 상업적인 이유로 크러쉬 버전만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은 더 짙어진다. 방송에 삽입된 음원과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 음원이 유별나게 다른 ‘도깨비’ OST의 숨겨진 그늘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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