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지방 맹신 금물… 발연점 따라 적재적소에
“재래식으로 짠 참기름ㆍ들기름이 몸에 좋아”
이번 설 명절에도 누구나 한 번쯤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내는 기름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었을 것이다. 기름은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특히 한국인에게 기름 사랑은 남달라 요리에 하루 한 번 이상 기름을 사용한다는 사람이 60%나 된다고 한다.
최근 웰니스 바람으로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 지방이 유행이다. 하지만 옥수수 기름과 해바라기씨유,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지방도 잘못 쓰면 치매, 뇌졸중,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한 기름의 대명사인 올리브유도 튀김용으로 잘못 썼다간 발암물질로 변한다. 기름을 가열했을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인 발연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발연점에 따라 기름의 좋은 성분이 발암물질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기름ㆍ해바라기씨유 발암 물질 유발”
지방은 그 자체로 칼로리가 높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무게 당 4㎉의 에너지를 내지만 지방은 9㎉를 발생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2배 더 축적돼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또 많이 섭취하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대사증후군과 심근경색, 뇌경색, 치매, 지방간 등의 위험을 높이고 발암물질도 만든다.
이처럼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혔던 기름이 복권됐다. 장수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 식단의 주 재료인 올리브유가 부각되고, 최근 ‘저탄수화물, 고지방식’ 열풍까지 불면서다. 특히 ‘건강한 지방’인 식물성 지방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한’ 지방이라는 식물성 지방은 상온에서는 불포화지방산이지만 열을 장시간 가하면 독성 물질인 트랜스지방으로 변한다. WHO는 트랜스지방의 하루 섭취량을 2.2g을 넘기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산화된 기름을 자꾸 섭취하면 뇌혈관이 막혀 신경전달능력이 떨어지고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옥수수 기름과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틴 그루트벨드 영국 드몽포르대 생화학과 교수는 “옥수수 기름이나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을 고온 가열하면 ‘알데히드’라는 발암 물질을 만든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올리브유나 코코넛 오일 등으로 조리했을 때에는 유해물질 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덧붙였다.
“지방 섭취 하루 섭취 열량의 15~20%만”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은 200도 가까운 온도에서 조리하는데, 이때 아크릴아마이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아미노산 일종인 아스파라긴과 포도당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감자튀김이나 팝콘 등 전분 함량이 높은 식품일수록 아크릴아마이드가 많이 생긴다. 과다 섭취하면 신경계 이상을 일으킨다.
벤조피렌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추정 물질이면서 발암 가능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조피렌을 ‘인체 발암 물질’로, 우리나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인체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벤조피렌에 단기간 많이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되고 빈혈을 일으킬 수 있으며 면역이 떨어진다. 장기간 노출되면 암도 발병한다. 특히 참깨나 들깨를 가열하는 시간이 오래되거나 온도가 높을수록 벤조피렌이 잘 생긴다. 그래서 지방 섭취를 하루 섭취 칼로리의 15~20%로 제한하고 있다.
“재래식으로 짠 참기름ㆍ들기름 좋아”
다양한 기름을 적재적소에 쓰는 게 기름을 건강하게 섭취하는 요령이다. 튀김 요리를 하려면 발연점이 높은 식용유를 써야 한다. 튀김할 때 기름 온도가 보통 180~220도이므로 적어도 발연점이 200도가 넘는 식용유를 골라야 발암 물질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수정 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발연점이 높은 포도씨유나 카놀라유(발연점 220도 이상)는 튀길 때 사용하거나 고기전, 생선전을 부칠 때 많이 쓰고, 발연점이 낮은 올리브유(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들기름, 참기름(발연점 170~200도)은 무침용이나 가벼운 조리용으로 쓰면 된다”고 했다. 다만 올리브유 가운데 퓨어올리브유는 튀김용으로 써도 좋다.
식용유를 고를 때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둘 다 불포화지방이지만 오메가6 비율이 너무 높으면 몸 안에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오메가3는 강력한 항염증ㆍ항노화 작용을 해 비율이 높으면 좋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옥수수기름 등은 오메가3가 거의 없고 오메가6가 대부분이다. 대두유와 카놀라유는 그나마 오메가3가 10% 정도 함유돼 있다. 오메가3가 압도적으로 많은 기름은 들기름(60% 정도)이다. 올리브유, 땅콩유, 아보카도유 등은 오메가3와 오메가6 둘 다 적은 반면 다른 항산화 작용을 하는 오메가9 지방산(올레인산)이 풍부하다. 김영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시판 식용유의 대부분이 오메가6 비율이 크게 높은 편”이라며 “오메가6와 오메가3 비율은 1대 1이며 이상적”이라고 했다.
좀 더 건강한 기름을 먹고 싶으면 재래식으로 짠 참기름과 들기름이 좋다. 재래식으로 짠 기름에는 항산화 영양소인 비타민E가 풍부하다. 다만 참깨나 들깨를 볶아 압축해 만드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볶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들기름의 유통기한이 아주 짧아 개봉 후 2~3개월 이내 모두 소비해야 한다. 기름은 산소를 만나 산패(酸敗)되면서 몸에 해로운 물질이 만들어 질 수 있으므로 보관도 중요하다. 기름통은 잘 밀봉해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보관하고, 고온과 고열은 산패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냉장 보관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요리할 때 유해물질 줄이는 방법>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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