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美선교사 웰본의 손녀
흑백사진 등 소장품 648점 기증
국립민속박물관이 자료집 발간
조선시대 ‘서궐(西闕)’로 불렸던 경희궁의 회상전을 촬영한 흑백사진이 발굴됐다. 회상전은 왕과 왕비의 침전영역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대한제국 말기 선교사로 활동했던 미국인 아서 G. 웰본(1866~1928)과 새디 웰본(1872~1925)의 손녀인 프리실라 웰본 에비(79)씨로부터 지난해 이 사진을 기증받았다고 31일 밝혔다. 화재로 소실됐던 경희궁의 중건과정을 기록한 ‘서궐영건도감의궤’에서는 회상전을 ‘정면 7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지붕에 용마루를 두지 않은 건물’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에비씨로부터 기증받아 공개된 가로 13㎝ 세로 9㎝의 사진을 보면 회상전은 실제로 팔작지붕 건물에 사방에 난간이 설치돼 있고, 건물 왼쪽이 행각과 연결돼 있는 모습이다.
회상전은 1661년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이 태어나고 1834년 제23대 임금 순조가 승하한 곳이기도 하다. 효종의 왕비인 인선왕후(1618∼1674)도 이곳에서 승하했다. 1617년 창건된 경희궁은 본래 유사시 왕이 본궁을 떠나 피하는 이궁으로 지어졌지만 궁 규모가 크고 여러 임금의 즉위식 등 정사가 이뤄져 동궐(東闕)인 창덕궁에 빗대 서궐이라 불렸다. 그러나 고종 즉위 후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경희궁 사용 빈도가 줄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중학교 부설 임시소학교 교원 양성소로 쓰이는 등 궁궐로서의 위상과 기능을 점차 잃다가 1920년대 일본 사찰에 매각되고 궁궐 영역에 관공서 관사를 짓는 등 터만 남고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훼손돼 경희궁 회상전에 대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작은 사진 한 장의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사진에는 회상전이라는 기록이 없지만, 서울역사박물관에 있는 또 다른 회상전 사진과 비교해 장소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에비씨로부터 기증받아 고종이 경운궁 대안문(大安門)을 통과하는 어가행렬로 추정되는 사진도 발굴됐다. 서양식 군악대가 악기를 들고 연주하며 행진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이 사진은 대안문 현판의 존속 기간을 근거로 1898~1906년 사이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에비씨로부터 구한말 사진 11점을 비롯해 1946~1947년 미군정청에 재직했던 그의 아버지 헨리 G. 웰본(1904~1999)씨의 소장품 등 자료 총 648점을 기증받아 최근 기증자료집을 발간했다. 의복, 편지, 원고 등 웰본씨의 개인물품과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소개한 책, 한국 관련 신문 및 잡지 등이 이번에 함께 공개됐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사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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