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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과서엔 ‘정부수립’ 혼용, 국정엔 ‘대한민국 수립’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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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과서엔 ‘정부수립’ 혼용, 국정엔 ‘대한민국 수립’ 고집

입력
2017.01.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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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역사교과서 ‘자가당착’

박정희 전 대통령 서술 분량도 유지

이영 교육부 차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사교과서 최종본 및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이영 교육부 차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사교과서 최종본 및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중ㆍ고교 검정 역사교과서에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 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혼용ㆍ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국정교과서에는 당초 방침대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다.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일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국정교과서에는 한 가지 관점만을 고수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교과서 강행 → 국ㆍ검정교과서 혼용 방침ㆍ국정교과서 적용 시기 1년 연장 →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완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현장 갈등만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의 경우 지난해 11월 28일 현장검토본 발표 이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모두 760건(중학교 310건, 고교 450건)을 수정ㆍ반영했다. 중ㆍ고교는 2018년부터 역사 교과(역사1, 역사2, 한국사)를 가르칠 때 국정교과서와 이날 발표된 집필기준에 따라 개발된 검정교과서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대한민국 건국 시기 서술과 관련, 당초 검정교과서에도 국정과 동일한 집필기준을 제시할 거란 예상과 달리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8.15)’는 기존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진보진영이 항일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국정과 검정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어정쩡한 봉합을 택한 것인데, 현장의 갈등과 혼선만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 서술 부분을 9쪽이나 할애한 현장검토본과 분량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미화 논란이 일었던 새마을운동에 대해 ‘관 주도의 의식 개혁운동으로 나아갔다’는 문제점을 한 줄 추가한 것이 거의 유일한 변화다.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가 비판 여론에 떠밀리고 정권 교체에 대비해 어정쩡한 ‘퇴로’를 만들면서 혼선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독산고 한국사 교사)은 “국정교과서의 잣대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한두 단어 추가한 정도”라며 “여론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검정교과서에 공을 떠넘겨 놓은 상황이어서 현장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실린 현대사.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실린 현대사.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공개됐다. 사진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재된 부분. 연합뉴스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공개됐다. 사진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재된 부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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