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31일 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지만 실제 교육현장에서 쓰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도교육감과 교사 등이 국ㆍ검정교과서 혼용 방침에 반발이 거센 데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등 변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날 이영 교육부 차관은 “내달 15일부터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1년간의 사용 결과를 연구보고서로 제출 받고 이를 교과서 수정ㆍ보완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검토를 마치고 최종 승인하면 내년부터는 전국 중ㆍ고등학교에서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가르치게 된다.
하지만 연구학교 지정 단계부터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 연구학교 지정 권한을 가진 서울과 경기 등 전국 10여명의 교육감이 연구학교 지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교육부의 잘못된 의지 아래서 국ㆍ검정교과서 혼용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계획대로 검정교과서를 만들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문제도 있다. 앞서 교육부는 통상 2년 걸리는 교과서 개발기간을 1년으로 축소했다. 특히 고교 검정교과서 집필진 50명과 중학교 검정교과서 집필진 54명이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적용한 ‘무늬만 검정교과서’를 만들 수는 없다”며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황이라 재착수 시점도 불분명하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은 가장 큰 변수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 법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벽을 넘어선다면 국정교과서는 즉시 폐기된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연구팀장은 “많은 국민과 학자들이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 붙이는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폐기나 도입 유예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