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득 상위 10% 집단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인 48.5%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양산과 최근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 등으로 소득 불평등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2월호에 실린 홍민기 연구위원의 ‘2015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소득집중도가 전년도(47.9%)보다 0.6%포인트 높아진 48.5%로 나타났다. 50년 전인 1965년(19.8%)의 두 배를 훌쩍 뛰어 넘는 것은 물론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34.7%)에 비해서도 13.8%포인트나 높아진 역대 최고치다. 조사는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기반으로 국내 20세 이상 전체 인구의 노동소득(임금ㆍ보너스ㆍ스톡옵션)과 사업소득, 금융소득(배당ㆍ이자) 등을 합해 이뤄졌다.
상위 10% 집단의 소득집중도는 1980년대 33~35%를 유지하던 것이 97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파르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0년 36.4%였던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2005년 44.0%, 2010년 46.4%에서 2015년에는 48.5%로 증가했다. 최근 연도별로 봐도 47.1%(2012년) → 47.3%(2013년) → 47.9%(2014년) 등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상위 1%의 소득집중도 역시 상승세다. 10년 전인 2005년 11.3%였던 것이 2010년 12.7%, 2015년 14.2%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며 “최근에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기존 금융자산을 가진 상위 집단으로 배당이 확대되는 등 사업소득과 금융소득 모두 소득 상위 집단으로 집중되면서 소득불평등이 정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집단의 2010년 이후 평균 소득집중도를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개국 중 미국(50.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일본(42.0%), 영국(39.1%), 스웨덴(30.7%), 프랑스(30.5%) 순이었다. 상위 1% 집단의 소득집중도 역시 한국은 미국(21.2%) 다음으로 높았다.
한편, 2015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를 구분짓는 소득경계값은 1억2,670만원으로 조사됐다. 상위 5%는 7,150만원. 10%는 5,000만원이다. 이들 집단의 소득이 예상보다 낮은 것은 조사 대상인 20세 이상 3,867만명 중 소득이 없는 무소득자가 22% 가량을 차지하는 등 소득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인구를 아울렀기 때문이다. 홍 연구위원은 “무소득자를 제외한 이들의 소득을 일렬로 줄 세웠을 때의 중간값이 1,600만원대에 불과할 만큼 국내에는 저임금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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