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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아닌 딴 곳이라면…에어비앤비가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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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아닌 딴 곳이라면…에어비앤비가 성공했을까

입력
2017.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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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남는 방 빌려주고 돈 버는

‘황당한 사업모델’에 투자

9년간 적자에도 거액 계속 수혈

글로벌시장 장악 때까지 인내

세금 등 불법 요소에도 시비 없어

한국이라면 당장 행정처분감

최근 에어비앤비가 2016년 하반기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올해 역시 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에어비앤비는 집에 남는 방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돈을 버는 아이디어로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이다. 창업 후 첫 흑자를 내는 데 9년이 걸렸다. 이제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전세계 190여 개국에서 하루에 100만명 이상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는 300억달러, 약 3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호텔 건물 하나 소유하지 않고도 메리어트 같은 유명 호텔 체인보다도 큰 회사가 됐다.

에어비앤비의 성장 과정을 보며 실리콘밸리가 뒷받침을 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이 회사가 이렇게 글로벌 거대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단 블레차르지크(오른쪽)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가 2015년 쿠바 아바나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아바나=AP 연합뉴스
나단 블레차르지크(오른쪽)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가 2015년 쿠바 아바나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아바나=AP 연합뉴스

①아이디어ㆍ사람에 과감히 투자

첫 번째, 실리콘밸리가 아니었으면 에어비앤비가 이런 황당한 사업 모델로 투자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큰 회사로 성장한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회사가 첫 발을 뗀 2008년만해도 전혀 모르는 타인을 내 집에서 재워준다든지 아예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것은 미친 생각처럼 여겨졌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얼마 안 되는 일부 독특한 사람들만 참여하는 틈새 시장용 아이디어로 보였다.

이 때문에 그들이 만난 모든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한국처럼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당시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전 기념품으로 버락 오마바와 존 매케인의 얼굴 그림이 들어간 시리얼을 만들어 팔아서 올린 수익으로 연명했다. 마치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이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2008년 투자를 받지 못해 대통령 선거전 기념품으로 버락 오마바와 존 매케인의 얼굴 그림이 들어간 시리얼을 만들어 팔아서 올린 수익으로 연명했다. 제니퍼 슈레브 제공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2008년 투자를 받지 못해 대통령 선거전 기념품으로 버락 오마바와 존 매케인의 얼굴 그림이 들어간 시리얼을 만들어 팔아서 올린 수익으로 연명했다. 제니퍼 슈레브 제공

이들은 2009년 1월에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 지원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을 만난 폴 그램 와이콤비네이터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의 사업 아이디어가 탐탁지 않았지만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에 감탄해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금은 2만달러(약 2,300만원)였다. 그리고 3개월 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에게 향상된 사업 모델과 제품을 발표하는 데모데이에서 시콰이어캐피털이 60만달러(약 7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 일련의 투자는 피어나지 못할 뻔 했던 에어비앤비를 살렸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에어비앤비에 등을 돌렸다. 뉴욕의 유명한 벤처투자자인 프레드 윌슨도 나중에 에어비앤비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글을 블로그에 썼을 정도다. 하지만 결국 아이디어보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 폴 그램 같은 투자자 덕분에,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사관학교인 엑셀러레이터 모델 덕분에 에어비앤비가 추가투자를 받고 결국 빛을 발할 수 있었다.

②성장을 기다려주는 벤처투자자들

두 번째, 실리콘밸리가 아니었으면 에어비앤비가 이렇게 세계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회사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저 공유경제 숙박이라는 틈새시장에서 1위에 오른 평범하고 작은 회사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자를 감내하며 될 때까지 막대한 자금으로 밀어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덕에 30조원이 넘는 가치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첫 흑자를 내는데 9년이 걸렸다. 물론 원하면 얼마든지 비용을 줄여서 일찍 흑자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대신 막대한 투자금으로 개발자(엔지니어)를 더 고용해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또 더 많은 나라에 진출해 더 빠르게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이처럼 글로벌시장을 장악할 때까지 스타트업에 계속 거액을 수혈해줄 수 있는 벤처투자생태계는 실리콘밸리만한 곳이 없다. 창업 후 3년이 된 2011년 에어비앤비는 앤드리슨호로비츠 등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1억1,000만달러(1,200여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다. 그리고 이후 매년 2,000억원, 5,000억원, 1조7,000억원대의 투자를 잇따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일찍 흑자를 내서 회사를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시켜서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기보다 빠르게 성장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가치를 높이는 쪽을 투자자들이 인내하면서 기다려줬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이런 큰 회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초기 투자자들은 나중에 들어온 후기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을 팔아서 투자금을 조기 회수할 수 있기도 하다.)

반면 한국의 벤처 투자생태계는 아직 규모가 작고, 이처럼 스타트업을 도와서 조 단위의 큰 기업으로 성장시킬만한 인내력이 부족한 편이다. 3~5년내 빨리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스타트업이 거액의 투자를 받으면서도 계속 적자를 내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계속 적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의 벤처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수백억, 수천억을 투자할 수 있는 덩치 큰 글로벌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와 역량도 부족한 편이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사진 찍어 올려 방을 홍보한다. 다른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하루 이상 빌릴 수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사진 찍어 올려 방을 홍보한다. 다른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하루 이상 빌릴 수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사진 찍어 올려 방을 홍보한다. 다른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하루 이상 빌릴 수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사진 찍어 올려 방을 홍보한다. 다른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하루 이상 빌릴 수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③스타트업 성장 돕는 규제 환경

세 번째는 규제 환경이다. 일반인이 자신의 집이나 방을 빌려주면서 일종의 숙박업을 하게 만들어주는 에어비앤비는 세금 문제 등 불법적인 요소가 초기부터 있었다. 이런 이유로 에어비앤비가 처음부터 정부나 시당국에 규제를 당했다면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자자들의 자금 역시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주목을 받기 전까지는 규제 이슈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그리고 향후 규제로 인한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에 기꺼이 투자했다. 오히려 이들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규제이슈가 나올 정도로 주목을 끌게 되면 성공이라고 여겼다.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서비스가 한국에서 시작됐다면 과연 어땠을까. 처음부터 법률 위반이라고 행정처분을 받고, 언론에서 두들겨 맞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투자 자체를 아예 받지 못했을 것이다.

왜 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실리콘밸리에만 모여있는지 궁금하게 여겨본 일이 있는가. 왜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넷플릭스 같은 파괴적 혁신 기업들이 모두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성장했는지 이상하지 않나. 우연히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들이 그 동네에 살아서 그렇게 됐을까?

그렇지 않다. 혁신을 잉태하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밀어주는 투자가와 이에 최적화된 금융 시스템이 실리콘밸리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한국을 실리콘밸리처럼 만들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우리 벤처투자가들의 역량과 벤처캐피털 금융생태계를 실리콘밸리처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혁신 시도에 거부감을 갖기보다 너그러운 눈으로 봐주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게 한 두 개의 뛰어난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액셀러레이터= 200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와이콤비네이터가 시작한 모델.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정도의 돈을 투자해 준 뒤 3개월 동안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도록 경험있는 멘토들이 집중적으로 도와준다. 3개월 뒤에는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 투자자들을 모아 제품 발표를 하는 데모데이를 마련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스타트업 속성 성장시키는 일종의 창업사관학교라고 할 수 있다. 와이콤비네이터의 성공 이후 전 세계에 수천개가 생겨났다. 국내에는 프라이머, 스파크랩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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