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정부 때 만든 금융규제법
트럼프 폐지 추진에 일제히 상승
민주당 반발 심해 전망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 조치에 6일 은행, 증권 등 국내 금융주들이 무더기로 신고가(新高價) 기록을 세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금융규제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도드-프랭크법’ 무력화 시도에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공방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광주은행(1.91%), 하나금융(1.11%), KB금융(0.74%), 신한지주(0.54%), 우리은행(0.38%) 등 은행주들은 대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동반 상승했다. 증권주들은 한층 강세를 보여, 한화투자증권(8.39%), 키움증권(6.12%), 미래에셋대우(5.85%), NH투자증권(3.98%)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코스피는 금융주 덕에 상승세(0.22%)로 마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금융주 주가를 띄운 건, 트럼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도드-프랭크법으로 기업이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제한하는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젭 헨살링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공화당)이 조만간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시키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까지 알려지면서 국내 금융주 투자심리까지 부추긴 것이다.
도드-프랭크법은 2010년 오바마 정부 때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상업-투자은행 분리 ▦대형은행의 자본확충 의무화 ▦금융지주사 감독 강화 등을 강제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월가 투자은행 등의 미국계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져 일차적으로 우리 금융주에 호재로 여겨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도드-프랭크법을 탄생시킨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금융규제가 실제로 얼마나 조정될 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전 거래일보다 9.7원 떨어진 1,137.9원으로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130원대로 하락한 건 트럼프 당선 직전일인 지난해 11월8일(1,135.0원) 이후 처음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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