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의 한 사립유치원에 아들(6)을 보내는 A(37)씨는 매달 21만5,000원 정도를 유치원에 낸다. 모든 원아들이 똑같이 내는 수업료 14만원에 아들이 이용하는 방과후 특성화활동 프로그램 비용 7만5,000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런데 봄ㆍ여름ㆍ겨울 방학 각 1~3주 동안 특성화활동을 하지 않아도 원비는 늘 똑같다. “1년치 원비를 12개월로 나누기 때문”이라는 게 유치원 설명이다. A씨는 “방학 때 왜 특성화활동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들(5)을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B(34)씨도 방학 때마다 원비때문에 난감하다. 방학 때도 3개월마다 내는 수업료(50만원)는 물론, 특성화활동 종일반 등 추가 프로그램 비용(30만원)은 그대로 냈다.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이달에는 전례 없이 봄방학 기간의 특성화활동비용 10만원을 빼주긴 했다. B씨는 “왜 종일반비는 돌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때마다 기준이 다르니 돈을 정확히 걷는 건지 믿을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이달 중순 유치원 봄방학이 다가오는데도 비싼 원비를 똑같이 감당해야 하는 사립유치원 이용 부모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유치원 학비는 인건비, 시설보수비 등 유치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모든 원아가 똑같이 내는 수업료와 각 원아가 이용하는 영어 수학 체육 등 특성화활동과 종일반 여부 등에 따라 각자 다르게 내는 추가비용(수행성 경비)으로 구성된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업료는 1년치를 12개월로 균등하게 나눠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특성화활동비, 급식비, 종일반비 등은 각자 이용한 만큼만 내면 된다는 게 교육당국 해석이다. 그런데도 일부 사립유치원은 방학기간에도 이 비용을 그대로 받는다.
특히 원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구조 때문에 부모들의 의구심이 더 커진다. 사립유치원 원비는 학부모가 참여한 운영위원회 자문을 거치긴 하지만 원장이 결정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용 내역을 알 길이 없다. 이에 교육부가 유치원 예ㆍ결산을 학부모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재산변동상황을 관할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사립유치원 재무회계 규칙 제정을 추진했으나 사립유치원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상태다.
부모들이 느끼는 사립유치원의 횡포는 이 뿐이 아니다. 방학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질병이나 집안 사정으로 장기간 쉬어도 원비는 100% 그대로 받는다. 게다가 수업료 외 비용은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립유치원 측은 국공립에 비해 정부 지원이 적어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원아가 수백명에 달하는데 특성화활동비 등을 이용한만큼 계산하려면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만, 사립은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무회계 규칙 법제화 등 정부가 사립유치원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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