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국정교과서를 시범적으로 사용할 중ㆍ고교 연구학교 신청 마감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신청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육부가 신청기간을 닷새 연장하고 나서면서 일선 학교들을 압박할 시간을 벌어 억지로 연구학교를 지정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아직 없다”며 “방학 기간이라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구성하고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17개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당초 10일까지였던 연구학교 신청 기간은 15일까지로 연장했다. 이 부총리는 “신청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학교 현장의 의견이 있어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신청기간 연장으로 당초 5일(2월11~15일)이었던 연구학교 적합성 심의기간은 3일(15~17일)로 줄어들게 됐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신청 학교의 연구수행능력 등 적합성을 충분히 심의해 연구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연구학교 수를 늘리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장된 기간 동안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학교 지정 압박도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대구 경북 울산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교육청이나 학교장들이 연구학교 신청을 반대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 학교들이 구성원을 설득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신청기간을 연장한 것 같다”며 “연장기간 동안 학교장들의 신청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연장에도 불구하고 신청학교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우편향’에 대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사실관계 등의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수능시험 출제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학교 신청을 하려면 학운위의 심의나 자문을 거쳐야 하는데 이 안건으로 학운위를 열 계획인 학교도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립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학운위 심의를 거쳐야 해 교육부가 신청을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구학교에는 교원 승진 가산점과 1,000만원의 예산 지원을 내걸었는데도 현재까지 신청 학교가 없는 것으로 보아 마감시한까지도 신청학교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정교과서 내용에 대한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교육부가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2008년),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2013년)에 반영된 역사관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17가지 사례를 들며 세 교과서 모두 사회주의 운동의 성과를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과 강압 행위를 모호하게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고 친재벌 성향을 보인다고도 했다. 이밖에 사진 설명이 잘못됐거나 좌우가 바뀐 사진 사용 등도 6건 지적됐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국정 교과서 최종본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답습한 편향된 교과서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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