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교서 교육청 실태 조사후
‘폭언 않겠다” 각서까지 써 놓고
아이들 시켜 폭언ㆍ폭행 동영상 제작
지난해 4월 나주 C초등학교 교과전담교사 A씨는 학생들에게 “(나가 놀다)쳐 죽어라”, “이 음치 새끼야”,“이 형편없는 아이들, 너희들은 대학교도 못 간다”.“꿈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등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한 사실이 발각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A교사의 폭언이 2학기에도 이어지자 학부모들은 지난해 9월 20일 나주교육장을 면담하고 A교사의 수업 배제와 전출을 요구했다.
이에 나주교육청은 C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및 아동학대 실태 전수조사에 착수, A교사로부터 “학부모들이 제기한 민원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겠고, 추후 또다시 발생하면 어떠한 문책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A교사는 반성은커녕 학생들을 동원해 동료교사 B씨도 학생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 동영상에는 4명의 학생이 참여, 때리고 폭언하는 모습이 재연됐다.
A교사와 지역언론사 한 기자는 이 동영상을 들고 나주교육청을 방문, 자신의 전출을 요구한 학부모 의견서를 철회하지 않으면 동영상을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교원능력개발평가 점수 정정과 본인이 제출한 각서 폐기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이 학생들의 동의 없이 제작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부 학생들은 이 문제로 전남 중부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심리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재연해 보라고 해서 했지만 동영상을 제작한 줄을 몰랐다”며“자신의 얼굴이 노출 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은 A교사가 학생들에게 폭행 상황을 재연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언론에 유포한 것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처벌법) 제324조(강요) 및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에 등에 저촉된다는 의견서를 받은 상태다.
나주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체벌을 받은 동영상을 제작해 피해 학생의 2차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센터를 통해 3~6학년 대상으로 아동학대 피해학생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나주=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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