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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매티스 행운’은 오래가지 못한다.

입력
2017.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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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오른쪽)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전용기 편으로 경기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원인철 공군작전사령관의 인사를 받고 있다. 가운데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 주한미8군사령부.
제임스 매티스(오른쪽)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전용기 편으로 경기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원인철 공군작전사령관의 인사를 받고 있다. 가운데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 주한미8군사령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래서 몇 가지 뒷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과시하려는 듯 반 전 총장은 지난달 귀국 직전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가 정책 자문을 한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자문단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이만 타라비시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있다. 타라비시 교수는 반 전 총장 측근인 오준 전 유엔 대사와 친분이 있고, 실제 몇몇 의견도 전달했다.

타라비시 교수는 한국일보의 ‘반 세계화’ 신년기획에도 자문할 만큼 한국 사정에 밝다. 이탈리아ㆍ미국 국적을 가진 그는 조지워싱턴대 비즈니스스쿨 한국경영학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는 등 긍정적 시각에서 한국 기업을 연구하는 학자다.

타라비시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각료 가운데 높게 평가하는 인물도 있다.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그는 매티스가 장관에 지명되자마자, “한국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신중하면서도 용감한 군인이기에 북한 위협에서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최근 주미 대사관 고위관계자의 경험담을 듣고 타라비시 교수가 핵심을 짚은 걸 알았다. 이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별도로 만나 1시간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공식 일정은 아니었지만, 지난달 28일 워싱턴 사교모임 ‘알팔파 클럽’행사였다. 이방카 트럼프가 은빛 찬란한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가 역풍을 맞았던 그 행사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테이블 좌석 배치도에는 상원의원과 미 합참 차장이 동석자였다. 그런데 막상 매티스 장관이 다가와 합참 차장 자리에 앉았다.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매티스 장관이 직접 좌석을 바꾼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을 즐겨 읽고 절제와 극기를 강조하는 매티스 장관은 실제 언행도 매우 신중했다”고 말했다. 북한 위협에 놓인 한국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에서도 옛 전우를 찾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민구 국방장관 주최 만찬에서 “1970년대 초급 장교시절 한미 연합훈련 당시 추운 날씨에도 김치를 가져다 주는 등 따뜻하게 환대해 준 해병대 정 하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정권의 일이라면 쌍심지를 켜는 워싱턴포스트도 매티스 장관에게만은 예외다. 트럼프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양심적 각료라고 평가했다. 좌충우돌 행보로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 유럽의 동맹국에 불안감을 안기면 매티스 장관이 ‘소방수’역할을 한다고 칭찬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에도, “무력 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미중 관계가 한숨 돌리도록 하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매티스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다. 트럼프와 ‘미국 우선주의’ 민심이다. 벌써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의 영향력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이라크인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면 이라크 주둔 미군에 어떤 악영향이 미칠지를 알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상의 없이 ‘반 이민 행정명령’을 내렸다.

김정은 정권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조짐을 보이면서 워싱턴 조야에서 선제타격, 정권교체 등 강경 발언이 터져 나온다. 미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때문에 여론분열 등 잃은 것만 강조되지만, 얻은 것도 있다. 대중 경제의존도만큼 대미 안보의존도가 높다는 걸 깨닫게 된 점이다. 안보는 경제에 우선한다. 사드도 들여오고 한미동맹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안보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매티스 행운이 계속될 리 없기 때문이다.

조철환ㆍ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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