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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80년대 복고 감성 통했다… 돌아온 추억의 ‘로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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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80년대 복고 감성 통했다… 돌아온 추억의 ‘로라장’

입력
2017.02.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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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커플이 롤러스케이트를 능숙하게 뒤로 타면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사진 조두현 기자
한 커플이 롤러스케이트를 능숙하게 뒤로 타면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사진 조두현 기자

인천 남구 숭의동에 옛 추억의 감성을 되살린 롤러스케이트장이 생겨 화제다. ‘롤캣’ 입구에 들어서자 익숙한 1990년대 음악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어서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사람들이 보였다. 아장아장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학생, 뒤로 가면서 실력을 뽐내는 남성, 손을 꽉 잡은 채 서로를 의지하며 엉기적대는 커플. 이런 풍경, 참 오랜만이었다.

1980년대 롤러스케이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축을 이루는 하나의 문화였다. 그래서 당시를 시대적 배경으로 다루는 영화에서 롤러스케이트장은 자주 나오는 단골 장소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 박태수(조인성)가 교련복을 입고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부했던 곳, 영화 ‘친구’에서 상택(서태화)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곳도 롤러스케이트장이었다. 그곳은 친구들끼리 ‘도토리 키 재기’ 같은 실력을 겨루며 어울렸던, 좋아하는 아이가 있으면 “로라장 갈래?”라고 말을 건넬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곳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보였다

롤러스케이트장은 1990년대 초 인라인스케이트로 유행이 바뀌면서 점차 사라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롤러블레이드’는 이탈리아 테크니카 그룹에서 만든 인라인스케이트 브랜드 이름이다. 좀 더 빠르고 전문적인 인라인스케이트는 좁은 실내 공간에서 타기에 다소 위험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동호회를 중심으로 모였다.

사람들 틈 사이로 요리조리 쌩쌩 달리는 신나는 아이들
사람들 틈 사이로 요리조리 쌩쌩 달리는 신나는 아이들

나 역시 대학생 시절, 인라인스케이트에 푹 빠졌던 때가 있었다.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했는데 다들 밤에 모여 스케이트를 실컷 타고나면 어느덧 새벽이라 집에 갈 대중교통이 없었다. 100만원짜리 중고 티코를 사서 250만원짜리 인라인스케이트를 싣고 다닌 시절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인라인스케이트는 아니지만 10년 만에 8개의 바퀴를 딛고 일어섰다. 예전처럼 화려한 기교까지 부릴 수 없었지만 달릴 수는 있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트랙을 돌았다. 동력이라곤 튼튼한 두 다리뿐. 온몸으로 맞이하는 ‘오픈 에어링’이 좋았다. 스케이트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달리는 즐거움을 준다. 코너를 돌 때 예전 습관처럼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고 다리를 교차하려다 넘어질 뻔도 했다. 스케이트 역시 코너를 돌 땐 원심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동차로 치면 언더스티어(코너링 중 차가 바깥으로 치우치는 현상)와 비슷하다.

롤러스케이트장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도 좋다
롤러스케이트장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도 좋다

오후 4시가 되자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몰려 왔다. 가장자리에 있는 지지대를 잡으며 엉금엉금 배우는 학생도 있었고, 능숙하지만 조심스레 트랙을 도는 학생도 있었다. 몇몇은 그런 친구들의 짐을 맡아주며 매점 앞에서 간식과 함께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매점(위)과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무료 보관함(아래)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매점(위)과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무료 보관함(아래)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지내고 있는 중년 남성도 눈에 띄었다. 부녀가 잠시 숨을 고르는 틈을 타 말을 걸었다. 인천에 사는 박윤건 씨가 말했다. “집 근처에 이렇게 근사한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평소에 딸과 어울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아내가 알려줘서 와봤습니다. 다행히 딸아이가 좋아해서 뿌듯하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요.”

총 500켤레의 롤러스케이트가 준비돼 있고 모두 전통 있는 ‘시카고 롤러스케이트’ 제품이다
총 500켤레의 롤러스케이트가 준비돼 있고 모두 전통 있는 ‘시카고 롤러스케이트’ 제품이다

‘롤캣’의 권기범 대표가 롤러스케이트장을 부활한 가장 큰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권기범 대표가 말했다. “이제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예전엔 유통 사업을 했어요. 바쁘다 보니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아들과 같이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롤러스케이트였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같이 건전하게 어울릴 수 있으니까요.”

권 대표의 말에 따르면 오후엔 학생이, 저녁엔 성인이 많이 찾는다. 이색적인 데이트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요즘엔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고 한다. 대부분 소싯적에 롤러스케이트 좀 타 본 이들이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롤러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인천 외에 대전에도 ‘롤캣’ 가맹점이 있다. 경기도 일산에도 이와 비슷한 ‘롤러앤비트’와 ‘롤러킹’, 울산엔 ‘롤자’가 있다.

인천=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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