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현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여든이 넘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몇 번의 외래 방문에도 호흡곤란 증상과 잦은 기침, 심한 숨소리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 제가 처방해준 호흡치료제 잘 사용하고 계세요?”라고 물으니, 환자는 그렇다며 직접 시연해 보인다. 그런데 흡입기에 입을 대고 ‘흡’하고 짧은 숨을 들이 마시는 게 아닌가? 그 동안 약물은 할아버지 기관지에 정확히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흡입치료제가 할아버지에게는 애물단지였던 것이다.
COPD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환자 중 7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이다. 흡입치료제의 종류가 다양하고, 모양ㆍ사용법은 물론 주의사항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들이 흡입치료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고령의 환자는 폐활량이 적다. 때문에 흡입치료제의 공통적인 주의사항 중 하나인 ‘숨을 끝까지 내쉬고 호흡치료제를 입에 댄 뒤 끝까지 들이쉰 후 한 동안 숨을 참는 것’을 지키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비단 고령 환자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흡입치료제를 처음 처방 받은 환자라면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흡입치료제는 천식, COPD 환자의 기관지에 약물을 직접 도달시켜 미량으로도 치료 효과가 좋으며 장기간 사용에도 부작용이 적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간 먹는 약이 중심이었던 COPD 및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최근 흡입치료제가 우선으로 권고되고 있는 만큼 흡입치료의 중요성과 효과가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흡입치료제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사용법과 사용횟수, 주의사항을 정확히 알고, 이를 꾸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흡입치료제를 사용할 때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지 않으면 호흡기 속 약물이 기관지 끝 속이 아닌 폐 입구에만 머무르게 된다. 때문에 성의 있게 끝까지 호흡을 들이마시는게 중요하다. 또 기울이거나 흔들지 않는 등 치료제마다 다른 주의사항을 정확히 숙지하고, 지켜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올바른 흡입기 사용을 위한 교육 캠페인을 진행해 캠페인 전후 흡입제 처방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비교해 발표한 바 있다. 캠페인 진행 전 의사에게 흡입제를 처방 받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를 물어본 결과, 순응도가 80% 이상으로 매우 좋다고 응답한 의사는 14.9%에 그쳤다.
하지만 천식 및 COPD 진단 환자에게 첫 병원 방문했을 때 동영상과 리플릿 자료를 통한 질환 관리와 흡입기 사용법 교육을 시행한 후 실시한 조사에서는 교육이 흡입제 순응도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의사가 98.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캠페인 기간 중 실제 흡입제 처방 비율도 57.6%에서 72.7%로 26.2%포인트 증가했다.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지면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 흡입치료제가 환자의 애물단지가 아닌 건강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건강한 숨구멍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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