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문고리 3인방’ 일원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14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대통령 측 요청으로 채택된 안 비서관은 전날 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끝내 나오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안 비서관 등 4명을 불러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으나 3명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파행됐다. 나머지 증인 한 명을 신문하느라 변론기일을 허비한 꼴이다.
16일로 예정된 증인신문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그날도 증인 4명에 대한 신문이 계획돼있지만 3명은 소재불명으로 출석요구서조차 전달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이번 주 열리는 두 차례의 변론이 모두 공전되는 셈이다. 증인 8명은 모두 박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채택된 이들이다. 대통령 측에서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무리한 증인 신청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심판의 새로운 쟁점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헌재가 29개의 녹취록을 증거 채택한 것과는 별개로 2,300여개에 달하는 녹음파일 분석을 마치면 별도의 검증 기일을 요청하거나 관련 당사자를 증인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22일까지 예정된 증인신문 일정이 더 늦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판 일정의 또 다른 변수인 ‘박 대통령 헌재 출석’에 대해서도 대통령 측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통령 측은 “아직 상의하지 못했다”며 답변을 피했다. 헌재가 최종 변론일을 확정하는 시점에 맞춰 대통령 헌재 출석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탄핵심판 변론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 대해 헌재가 엄격한 재판 진행으로 더 이상의 지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헌재가 14일 변론에서 불출석한 증인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대통령 측이 요청한 추가증인 신청을 기각한 것은 신속심판 의지의 일단을 보여 준다. 같은 맥락에서 탄핵소추 사유와 본질적으로 무관한 고영태 녹음파일로 재판이 미뤄지는 사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변론 말미에 “헌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려는 여러 시도에 다시 우려를 표명한다”며 양측 대리인단의 자제를 당부했다. 탄핵심판이 길어질수록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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