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선 부수입에 의존
인세ㆍ기고료 등 주수입은 미미
2차 판권ㆍ강연ㆍ심사료 등 의존
#2
인지도 높아야 그나마…
장강명 작가, 기자 때보다 낫지만
하루 10시간꼴 집필 할애 중노동
최근 전업 작가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본 작가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북스피어)로 1996년 데뷔해 장르소설을 쓰는 저자가 금전출납부를 통해 인세, 기고료, 2차 판권 등 일본에서 전업 작가가 벌 수 있는 수입의 종류와 정도를 낱낱이 공개한 책이다. 20년간 그가 쓴 책은 278권, 판매부수는 1,400만부, 인세 수입만 약 15억 엔(약 153억원)에 달한다. 출판의 위기, 문학의 위기가 돌림노래처럼 퍼지는 국내 현실에서는 꿈 같은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 작가들의 수지는 일본과 얼마나 다를까.
인세로는 못 살아… 각종 부업 있어야
출판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전업 작가의 수입은 인세, 기고료 등 주 수입원과 드라마 영화 등 2차 판권, 강연료, 심사료, 지원금 등 부수입원으로 나뉜다. “신간 20권 중 1권이 성공하는” 국내 문학계의 경우 전업 작가 중 상당수가 부수입원에 더 의지한다.
소설가 시인 등 문인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이문열 황석영이든 신인이든 책값의 10%다. 인세는 판매부수가 아닌 출간부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1만5,000원짜리 소설책 1쇄 3,000부를 찍으면 450만원을 작가가 가져간다.
문학상을 2,3개 이상 받은 중견 작가가 장편소설 출간 전 해당 출판사 문예지에 이 소설을 연재해 받는 원고료는 1,000만원(200자 원고지 1,000매 기준) 선으로 알려져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전업 작가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1년에 작품 2권을 연재하고 책 5,000부 정도는 팔아야 한다”며 “글로 나오는 수입이 2,800만~3,000만원은 돼야 글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부수입원. 공공 도서관과 학교를 비롯해 “서울 내 강연은 30만~50만원, 지방 강연은 70만원이 기본” 선이고 “기업체 특강은 2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이른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청소년 소설을 쓴 B씨, 시인 C씨, D씨는 1년에 200~300회 이상 강연한다. 이 수입만 억대 연봉자들”이라고 밝혔다.
신춘문예와 각종 문학상의 심사료와 수상 상금도 주요 부수입원. 심사비는 예심 기준 50만~150만원 선이고 상금은 수백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박경리문학상)에 이른다. 소설가들 사이에서 일명 ‘잡글’로 불리는 신문 잡지 등의 각종 기고, 추천사, 대학 강의, 방송출연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장은수 대표는 “주, 부수입을 통틀어 연간 5,000만원 이상 버는 국내 전업 작가는 약 50여명”이라고 말했다.
◆ 소설가 장강명의 저서별 발행 부수와 인세 추산
※총 발행 부수 12만7,800부. 문학상 수상작 외 발행 부수 6만1,800부, 인세 8,215만원(추정)
장강명은 기자 연봉보다 더 번다지만…
소설가 장강명을 사례로 한국 작가의 수지를 좀 더 자세히 추정해봤다. 장 작가는 ‘작가의 수지’에 대해 “판타지물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작가의 수입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였다. 장 작가는 인지도가 매우 높으나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다.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장 작가는 2013년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를 선언했다. 장편소설 7권, 연작소설집 1권, 에세이 1권을 냈고 다른 소설가들과 함께 쓴 앤솔러지 3권을 냈다. 작품 별 누적 판매수를 토대로 장 자가의 인세를 추산했다.
인세를 원고료로 대신하는 앤솔러지를 제외한 9권의 누적 발행부수는 12만7,800부다. ‘표백’과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열광금지, 에바로드’는 문학상 공모전을 통해 선인세격인 상금을 받아 계산에서 제외했다. 남은 5권의 누적 발행부수는 6만1,800부, 책 값의 10%로 인세를 계산하면 총 8,215만원이다. 장 작가는 공모전 성격의 문학상과 신인상을 싹쓸이하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문학상상금만 2억500만원에 달한다.
장 작가는 영화 드라마 등의 2차 판권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다. 단편 ‘알바생 자르기’, 장편 ‘한국이 싫어서’, ‘호모도미난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영화 드라마 판권으로 팔렸다. 장 작가는 “보통 수천 만원 선이고, 가장 많이 받은 건 문학상 상금(5,000만원)을 훨씬 넘는다”고 귀띔했다. 판권 수입은 작가와 출판사가 7대3에서 9대1 비율로 나눈다.
장 작가가 “거절하지 못해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각종 강연 수입료는 50만~100만원 선,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 강의료는 100만~150만원 정도다. 신문 등 기고로 장 작가는 한달 평균 100만원 정도를 버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헐적 수입원으로 팟캐스트 등 방송 출연(편당 10만~30만원 선)이 있다. 이달부터 KBS 1TV ‘노홍철 장강명의 책번개’ 진행도 맡았다.
장 작가는 소처럼 쓴다. 매일 아침 부엌 탁자에서 스톱워치를 켜놓고 글을 쓰는 장 작가는 올해에만 313.3시간(기자와 인터뷰한 13일 정오 기준)을 집필에 할애했다. 설 연휴와 주말을 빼면 하루 10.8시간 꼴이다. 장 작가는 “노동강도는 당연히 기자 시절이 세다”면서도 “전업 3년 간 평균 수입은 기자 연봉보다 낫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소설가 중 “수입 최상위”(김민정 출판사 난다 대표)에 꼽힌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가 5,008명을 1:1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 분야 예술가의 가구당 한 해 수입은 4,254만원이다. 이중 예술활동으로 번 수입은 한 해 214만원였다. 장 작가처럼 잘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전업 작가의 수지 맞추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미션’일 지 모른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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