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서 7개월 된 진돗개 차에 치이자
지나가던 택시기사가 건강원으로 가져가
가족들“자식 같던 강아지를 어떻게…” 오열
“오전까지 저와 뛰어 놀던 아이가 개소주가 돼 돌아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제겐 자식 같은 반려견 입니다.”
경남 창녕군 A(48·여)씨는 반려견 ‘매실이’(생후 7개월·암컷)를 언급할 때마다 수화기 너머로 오열했다.
경남 창녕군에서 차량에 친 진돗개를 데려가 개소주(건강보조식품)로 만든 사건이 벌어져 반려인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1시 경남 창녕군 고암면의 한 도로에서 B(64)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매실이를 치고 지나갔고, 이후 인근을 지나던 택시기사 C(73)씨가 도로에 쓰러진 매실이를 데려갔다. 이날 A씨는 매실이를 자택 마당에 두고 집에서 5분 거리의 마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사라진 매실이를 찾아 백방으로 헤매다가 사고 2시간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목격자 진술과 도로의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B씨와 C씨를 특정하고 각각 도로교통법 위반,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고 후 매실이를 데려간 택시기사 B씨는 경찰에서 처음 “야산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가 “개소주로 만들었다”고 번복해 A씨와 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일주일 만에 A씨의 집으로 돌아온 매실이는 건강보조식품용 팩에 담긴 채였다. 택시기사 B씨가 A씨에게 매실이로 만든 개소주를 돌려준 것. 그는 “자식을 건강식품으로 만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매실이는 A씨가 지난 해 8월 경남 창녕군의 한 마을로 이사 오자마자 입양한 반려견이었다. 매실이와 남매 사이인 수컷 진돗개 ‘백구’와 ‘진도’도 함께였다. 매실이와 유난히 가까웠던 진도는 죽음을 아는지 매실이의 사진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매실이의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누리꾼들도 분노하고 있다. A씨가 경찰 수사를 촉구한다며 올린 다음 아고라사이트에는 지금까지 1만7,600여명이 서명했다. A씨의 SNS에서 매실이가 햄을 좋아했다는 글을 본 한 시민은 A씨 가족에게 햄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사고 후 A씨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매실이처럼 진도와 백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고를 당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A씨는 “반려인들에게 강아지는 가족과 같다”며 “그저 물건(점유물)이라고 보고 점유물이탈횡령이라는 죄를 묻는 것은 가족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후벼 파는 일”이라고 말했다.
창녕=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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