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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1시간’ 근로기준법 지켜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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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1시간’ 근로기준법 지켜지고 있나요?

입력
2017.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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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점심시간 양극화

㈜한화에서 근무하는 김모(35)대리는 점심시간만 되면 활력이 넘친다. 지난해 10월부터 2시간(오전11시30분~오후1시30분)으로 늘어난 점심시간 덕분에 회사 인근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 1시간을 한 뒤 여유롭게 식사를 한다. 김씨는 “최근에는 회사 근처 영어학원에 신설된 ‘점심시간반’에서 영어공부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의 간호사 박모(25)씨는 입사 이래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공식 점심시간은 1시간. 하지만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구내식당에서 교대로 식사한 뒤 양치질까지 모두 20~30분만에 끝낸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박씨는 “점심시간은 그저 고픈 배를 채우는 시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점심시간. 하지만 업종과 회사에 따라 근로조건 못지않게 점심시간의 양극화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을 비롯해 일부 기업들은 점심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해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변화시키지만, 일부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짧은 점심시간에 주린 배를 채우기 바쁘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설립 이래 1시간 30분의 점심시간을 고수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 이노레드 역시 매주 금요일 2시간의 점심시간을 갖고 있다.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책임근무제의 네이버는 아예 점심시간에 제한이 없다. 이들 모두 점심시간 내 자기계발과 은행 업무 등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근로시간 8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점심시간이 늘어난 만큼 퇴근시간도 늦춰지지만, 애초 칼퇴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점심시간 확대를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에서는 적정 점심시간으로 ‘1시간30분’(68.8%)이 가장 많이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을 대면하는 서비스 업종 직원들에게 여유로운 점심시간은 사치다. 지점의 은행원이나 병원 간호사 등의 공식 점심시간은 1시간이지만 대부분 ‘업무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교대로 식사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20~30분 내 식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오기 일쑤다. 국내 한 대형 로펌의 비서 박모(26)씨는 “월 5~6회 가량인 점심ㆍ저녁 당직에 걸리면 식사시간 전에 혼자 30분만에 밥을 먹은 뒤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며 “짧아진 식사시간만큼 퇴근을 일찍 하거나 돈을 더 받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관행은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점심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박홍인 아이앤컴퍼니 노무사는 “의료, 금융보험업 등 업종별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 점심시간의 시간대를 바꿀 수는 있지만 1시간 이상은 지켜져야 한다”며 “다만 사정상 1시간 미만의 점심시간이 지속돼도 기업 측에서 공식적으로 1시간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면 법 위반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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