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에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미국은 북한을 몰아붙일 수 있는 새로운 카드를 추가로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피살 사건이 현지 당국 수사에 의해 북한 정권 소행으로 확인된다면, 이르면 올해 6월께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매년 6월 미 국무부가 ‘국가별 테러보고서’를 발표하는데,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가 조기에 종료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재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으나, 조지 W. 부시 정권 말기인 2008년 10월 북미간 핵 검증 합의가 진행되면서 해제했다. 이후 미국정부는 의회의 재지정 요구에도 불구, 지난해까지 8년간 연속 북한을 해당 명단에서 제외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차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하원에서 재지정을 촉구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이란, 수단, 시리아 3개국이다.
재지정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대북 정책을 확정하지 않은 데다가, ‘테러 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 문제를 외교ㆍ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모색하는 단계를 배제하고 처음부터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을 이른 시일 내에 확정할 가능성은 낮다.
‘테러지원국’지정이 국제사회에서 가뜩이나 떨어진 북한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것 말고는 미국 행정부가 얻게 될 압박수단이 전무한 것도 이유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면 해당 국가는 미국과 직ㆍ간접적으로 무역을 할 수 없게 되고, 긴급 식량지원을 제외한 원조금지, 무기ㆍ방위물자 수출금지 등의 제재가 가해지는데 이미 북한에는 이를 훨씬 뛰어넘은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