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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부추긴 ‘남원상사’의 시대 착오

입력
2017.02.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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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XTM 새 프로그램 '남원상사'가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케이블채널 XTM 새 프로그램 '남원상사'가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케이블채널 XTM의 새 프로그램 ‘남원상사’가 방송 전부터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여 네티즌의 눈총을 샀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가 문제가 됐다. 제작진이 남성을 여성에 억압 받는 대상으로 설정하고, 여성에 복수를 한다는 식으로 프로그램 콘셉트를 설명해 구설에 올랐다. 프로그램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 ‘남원상사’를 ‘와이프, 여자친구, 그리고 직장상사 등으로부터 억압받던 남자들의 복수부터 친구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욕망을 풀어주는 남자 원기 상승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탓이다.

남성 출연자를 모집한다며 내건 조건도 황당했다. ‘여자에게 복수 하고 싶은 남자’(여자친구, 가족, 와이프 등 모든 여자)로 적어 성 대결을 부추겼다. 신청서 항목은 점입가경이 따로 없었다. 제작진은 ‘남원상사 의뢰 지원서’의 ‘의뢰내용’ 항목에 ‘상처 입은 남자들을 위한 복수 서비스(와이프,여자친구,직장상사 등)를 넣어 마치 불의를 위해 나선 마냥 연출해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남원상사’는 ‘남자 원기 상승 주식회사’란 뜻이다. 남성의 원기를 복 돋우기 위해 여성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게 네티즌의 중론이다.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 소개를 접한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여자한테 복수하고 싶은 남자 모아다가 뭐 할건데?’(ys*), ‘복수를 누가 누구한테 합니까? 이런 시대착오적 프로그램 좀 그만 만듭시다’(이*), ‘여자 괴롭히고 재미있다고 웃는 건가. 역겹다’(ssugnan*) 등의 글을 올려 제작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XTM 새 프로그램 '남원상사'.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XTM 새 프로그램 '남원상사'.

프로그램이 방송 전부터 도마 위에 오르자 제작진은 가장 큰 논란이 된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복수’ 등의 설명을 인터넷에서 모두 삭제했다.

제작진은 이날 한국일보에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위트 있게 전달하게 위한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공감이 가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도록 더 세밀하게 제작에 주의하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제작진은 4월 방송 예정인 ‘남원상사’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지쳐있는 남성들을 위한 응원프로그램”이라며 “남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 남녀 공감을 돕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지만,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네티즌의 차가운 시선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라는 표현은 뺐지만, 여성에 억눌린 남성이란 전제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설명으로 ‘수컷 들이여 일어나라’고, 모집 조건으로 ‘수컷 자존심에 상처 입은 영혼’이란 문구를 내세워 ‘남성이 약자 혹은 피해자’란 편견을 여전히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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