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당시 폐지 요구에
의무고발제 확대로 위기 돌파
최근 3년간 실적 16건 불과
대기업 봐주기 의혹 커지며
정치권 중심 폐지 요구 또 고개
공정위, 의무고발 요청 기관을
“상의-중기중앙회 등 더 확대”
여소야대 속 24일 결론 날 듯
최근 탄핵 정국 속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봐주기’ 의혹이 커지면서 공정위의 대표적 권한인 ‘검찰고발권’(전속고발권) 폐지 요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다. 이에 공정위는 불공정 혐의에 대한 검찰고발 요청 주체를 더욱 넓히는 ‘의무고발제 확대’ 카드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도입된 의무고발제의 성과에도 의문이 적지 않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지키기’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의무고발제의 대상을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법정 민간단체나 광역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무고발제는 법으로 정한 기관(현재 검찰ㆍ조달청ㆍ감사원ㆍ중소기업청)이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것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이를 따르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의무고발제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건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에 대한 ‘방어’ 성격이 강하다. 이는 18대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가 컸던 2012~2013년과 동일한 행보다. 당시 코너에 몰린 공정위는 의무고발 요청 기관을 감사원 등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정치권에 역으로 제시해 위기에서 벗어났는데, 이번엔 해당 기관을 더 늘리겠다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2차 방어전’도 성공할 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공정위 수뇌부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특혜를 준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1차전(2012~2013년) 때는 정부ㆍ여당의 엄호가 있었지만 지금은 여소야대 구조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유승민 의원)조차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을 정도다. 대안으로 내세운 의무고발제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많다. 2014년 시행 이후 3년간(2014~2016년) 의무고발 관련 실적은 16건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의무고발 요청 주체를 이번에 더 늘리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도, 그간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 논리(“경제법 위반 범죄는 고도의 전문역량을 갖춘 공정위가 1차 판단을 맡아야 한다”)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조차 “의무고발 요청 기관에 자체 조사권도 없고 전담조직을 꾸릴 여건이 안 되는데 이런 조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또 다른 방어 논리인 ‘소송 남발→중소기업 피해’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정위는 동종업계나 동네마트끼리의 사소한 불공정행위까지 악의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당시에도 이런 우려가 컸지만 시행 후 12년간 과잉 소송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대부분 대기업과 관계된다”며 “독과점 등이 중소기업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속고발권 공방은 오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론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소한 행위까지 처벌대상일 만큼 조항은 매우 강력하지만 전속고발권이라는 절차 상의 문턱 때문에 실제 법 집행은 ‘솜방망이’라는 점”이라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되 일반적인 불공정거래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면 소송 남발 등 문제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전속고발권은
담합, 독점 등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고발 권한을 공정위에게만 인정하는 제도. 관련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불공정행위 신고→공정위 1차 심결(판단)→과징금 등 행정처분 또는 검찰고발’ 등 순서로 처리된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가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는 이유로 연루 건설사를 대거 고발하지 않으면서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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