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유치도 점점 힘들어져
“지원액 늘린 PoINT 등 잡아라”
학점ㆍ수업ㆍ시설 등 공유 바람
“대학 고유 정체성 상실” 우려도
대학들의 짝짓기 열풍이 거세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가릴 것 없이 너도나도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공생을 모색 중이다. 정부가 재정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대학간 협업을 강조하고 나선데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독자적으로는 신입생 유치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교육부는 16일 ‘2017년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PoINT) 기본계획’을 공고했다. 작년(85억5,000만원)보다 지원액(210억원)이 2배 이상 커졌는데, 4월 중 평가를 거쳐 39개 국립대학 중 16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눈에 띄는 건 ‘대학 간 자원공유’ 항목이 평가에 새롭게 반영된 점이다. 국립대들이 협업 목표를 정하고 중장기 추진계획을 세우면 교육부가 타당성 등을 검토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규모에 따라 5억~20억원씩 지원받을 수 있는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 역시도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다른 학교와 얼마나 공유하고 활용하는지 등을 평가에 반영한다.
지원사업 대상 선정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립대들은 너도나도 손잡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와 학술ㆍ학점 교류협약을 맺은 데 이어 부경대, 한국해양대, 부산교대 등과 손을 잡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양해각서(MOU)를 맺고 시설과 수업 공유 등 연립대학의 첫발을 내디뎠고, 경북대와 대구교대도 학교시설을 공동 이용하는 한편 전담반을 구성해 학점 상호 인정, 석ㆍ박사 과정 공동 운영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호남권에서는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가 공생을 모색 중이다.
사립대들의 짝짓기도 부쩍 늘었다. 경동대ㆍ동양대ㆍ예원예술대ㆍ중부대 등 경기 북부지역 4개 사립대는 15일 ‘연립대학 구성ㆍ운영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전날에는 부산가톨릭대와 부산외국어대, 영산대가 연합체제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력인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내년부터는 고교졸업생이 대입정원을 밑도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연합전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신입생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특히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를 내년 상반기에 실시해 구조조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 등 퇴출을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대학 간 합종연횡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무리한 통폐합으로 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취업중심 교육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빌미로 대학간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압박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초중고교의 경우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재정을 지원하지만 대학은 대부분 등록금과 재단 기부금에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각 학교 고유의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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