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여성 김정남 공격 뒤 사라져
김정남 스스로 도움 요청
걸어서 공항 치료소까지 이동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습 장면을 담은 영상이 첫 공개됐다.
일본 후지TV와 도쿄방송(TBS) 등은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피살되는 순간을 담은 5분 분량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20일 공개했다. 당시 공항 내 여러 각도의 CCTV 녹화물을 이어 붙인 영상에는 김정남이 출국장에 진입해서 여성 용의자들과 접촉 과정, 그가 공항 내 병원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이 모두 찍혔다.
영상에서 김정남은 재킷 차림으로 오른쪽 어깨에 배낭을 메고 출국장에 들어선 뒤 위쪽 전광판을 잠시 바라본다. 이어 공항 무인발권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도안 티 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로 추정되는 여성 용의자 2명이 그에게 다가간다. 두 사람은 무인발권기 화면을 바라보는 김정남에게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뒤 흰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김정남 등 뒤에서 머리 부분을 두 팔로 감싼다.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듯한 행위는 독극물 공격을 추정케 한다. 두 여성은 공격이 끝나자 주변을 몇 초간 두리번거리더니 곧 CCTV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어진 영상에서 김정남은 공항 정보센터로 천천히 걸어 가 눈을 비비는 듯한 시늉을 하며 무언가를 설명한다. 김정남과 이야기를 마친 공항 관계자들이 그를 경찰에 인계했고, 경찰관 2명이 다시 그를 공항 내 치료시설로 데려가는 장면으로 영상은 끝난다. 경찰 수사 결과 김정남은 사건 당일 오전 9시쯤 공항 출국장에서 여성 용의자들과 접촉한 후 공항 내 치료소를 거쳐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숨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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