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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미국 ‘국경조정세’와 한국 수출

입력
2017.02.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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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적자 감축ㆍ경제성장 등 기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위축 불가피해

할증관세ㆍFTA 재협상보다 급한 문제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수출에 대해서는 세금이 공제되는 반면, 수입에 대해서는 법인세 비용공제가 없어진다. 수출 기업에는 좋지만 수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GE나 다우케미컬, 보잉이나 캐터필러 같은 미국 내 수출 대기업은 국경조정세를 지지하지만, 월마트나 타겟, 홈디포 등 대형 마트업체는 반대하고 있다.

국경조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공약 이행에도 몇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역적자를 줄여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5,000억달러 줄이면 성장률을 3%포인트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성장률 제고에 따른 추가 세수는 소득세 감세에 따른 세수 결손을 메울 수 있고, 트럼프의 공약인 대대적 인프라 투자에도 쓸 수 있다.

성장률 제고에 따른 달러 강세는 또 다른 이익을 가져다 준다. 스티븐 므수신 신임 미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를 수출 경쟁력의 약화로 보지 않고 강한 경제와 무역 성과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며 금융시장에서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경조정세는 기업의 과세 대상 수익을 줄여 줌으로써 현재 34%인 법인세를 20%까지 줄이는 데도 효과를 낸다. 기업 과세 대상 수익을 1조2,000억달러 규모까지 줄여 법인세 경감 효과를 낸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에도 부응한다.

지지자들은 국경조정세가 관세보다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관세가 오직 수입 과정에만 작동한다면, 국경조정세는 수출과 수입 과정에 모두 작동한다. 또한 관세가 무역 상대국들의 즉각적 보복조치를 낳는 데 비해 국경조정세는 그런 긴장을 어느 정도 피해 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국경조정세가 새로운 건 아니다. 100개 이상의 나라들이 이미 비슷한 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에서 명품백을 사면 27%의 부가세를 낸 뒤, 공항에서 출발 전에 돌려받는 식이다. 만약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시행하면 한국 역시 비슷한 세제를 적용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국경조정세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까? 국경조정세가 즉각 시행돼도 그 영향에 따른 달러 강세나 무역수지 효과는 수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물론 수출국들의 대미 무역흑자는 큰 폭으로 줄어든다. 현재 약 700억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국경조정세가 적용되면 오히려 무역적자를 낼 수도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연간 1,000억달러 줄게 되고, 한국 역시 대미 무역흑자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경조정세가 변형된 수입 관세라며 반발할 수도 있다. 수출국들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그런 위협 때문에 법안 처리를 포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국경조정세 시행 상황에서 한국에 유리한 점은 달러 강세다. 미국 무역수지 개선에 따른 달러 강세는 미국 내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다.

아직 국경조정세 시행이 확정적인 건 아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선 수입에 대한 증세가 결국 서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어차피 부자들은 값싼 수입품을 쓰지 않는 반면 중산층 이하 가정에선 수입품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공화당이 제안한 국경조정세에 대해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한 선택 가능한 방안 중 하나”라는 언급만 했을 뿐, 아직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제개혁은 트럼프 대통령 공약의 핵심이기 때문에 뭔가 일이 벌어지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국경조정세의 골자를 포함하는 법안이 머지않아 시행된다고 봐야 한다.

한국엔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한국 수출품에 대한 할증관세 시비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의보다 중요할 수 있다.

/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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