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신고율 높이는 게 우선 과제
엄격한 학대 판정기준 개선 통해
저위험 사례도 국가 지원 필요
최근 몇 년간 아동학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신고율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국의 2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아동학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학대 피해아동 지원체계 구축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는 2011년 6,058건에서 2015년 1만1,715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중적 인식이 강화되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이 아동 1,000명 당 학대 신고건수를 집계(신고율)한 결과 2011년 1.05%, 2012년 1.14%, 2013년 1.40%, 2014년 1.95%, 2015년 2.16%로 매년 증가했다. 덩달아 학대 아동 발견율도 2011년 0.63%, 2012년 0.67%, 2013년 0.73%, 2014년 1.10%, 2015년 1.32%로 높아졌다. 2015년만 놓고 보면 신고 아동 5명 중 3명은 피해자였던 셈이다.
그러나 아동인권 보호에 적극적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신고율과 발견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 미국의 신고율은 48.8%, 발견율은 9.4%였다. 즉, 한국의 신고율은 미국의 25분의 1, 발견율도 9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연구팀은 “미국의 아동학대 판별 기준이 우리에 비해 엄격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관련자들의 신고가 많아져야 구제율이 높아진다”며 “통계 밖 피해 아동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4년 9월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의 신고발견 체계에 따르면 1차는 신고의무자(아동복지 전담 공무원·교사 등), 2차는 가족, 3차는 지역사회 주민 전체가 신고 책임을 나눠지게 돼 있다. 2015년에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10명 중 8명이 친부모이고 학대장소의 82.3%가 가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동의 영양상태나 일상생활을 지켜보는 1차 신고의무자들의 신고율을 높이는 게 우선 과제다.
아동학대처벌법 시행으로 신고의무자들이 지정 되고 미신고시 과태료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실제 신고의무를 다했는지 알기 어려워 과태료 적용률이 낮고 실효성도 적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김미숙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극단적 고위험 사례로 학대로 판정된 경우만 아동학대처벌법에 적용해 엄격하게 다루고, 학대 판정이 되지 않은 저위험ㆍ중위험 사례에 대해서는 지원이 미흡하다”며 “신고의무자들조차 학대 기준이 형사사건과 같은 심각성을 가져야 하나 고민하다가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대 기준을 보다 완화해 고위험군 뿐 아니라 저위험ㆍ중위험군까지 신고율을 높이고 국가가 개입해 피해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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