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밝히지만 자동차 공유에 나선 첫날부터 사단이 났다. 카셰어링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고 공유경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던 애초의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차를 받고 길들이기 차원의 시험 주행을 마친 뒤 차를 공유하고자 영업(?)을 개시했던 당일이다. 엄밀히 말해 내 차가 아니라서 고사까지는 아니었지만 1년 동안의 안전운전을 기원하고 우리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깃들길 바라며 막걸리 사발식까지 해줬던 차인데. 첫 고객과의 인연을 기억하게 위해 이런 쪽지까지 대시보드 위에 놓아두며 공유 경제의 매력을 즐겨보기로 했는데…
“안녕하세요. 짜잔! 저희 ‘모클이’ 첫 운전을 맡은 쏘친이세요. 이제 갓 나온 아이라서 살살 다뤄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동봉한 초코바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하루 만드세요!”
다시 봐도 남우세스러운 닭살 멘트에 1호 공유 손님 피곤할 때 드시라고 음료수와 초코바까지 마련했던 무궁화 1개짜리 컨시어지 서비스 흉내는 오후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찬란히 깨지고 말았으니…
“안녕하세요. 제로카 셰어링 센터입니다. 고객님의 차가 사고가 났다는 접수를 받았습니다. 정확한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엇? 뭐라고요? 오늘 처음 나간 첫 개시일인데요? 사람은 안 다쳤나요?”
“주차하다가 후진 중에 기둥을 박았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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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분이 들었다. 첫 개시일에 사고라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다니 억울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남은 1년 동안 사고 차를 몰고 다니라는 말이야? 내가?”
직접 걸어뒀던 셰어링 기간은 운영 센터에서 이미 예약불가로 바꾼 상태다. 하필이면 사고가 금요일 오후에 일어났기에 정비공장에 입고시키려면 시간이 참 빠듯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이거 개시하자마자 개점휴업이네.” 뭔가 억울한 기운이 몰려든다. 애먼 상담사나 붙들고 늘어설 수 밖에.
“공유할 차가 없어지는 건데 어떻게 처리되나요?”
“고객님께서 필요한 시간만큼 쿠폰을 발행합니다. 가까운 쏘카존에서 동급 차량으로 쓸 수 있습니다. 공유했던 기산은 기타 할인으로 처리됩니다. 사고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상해 드리는 겁니다.”
이런 일이 너무나 흔한 일인 듯 상담사는 빠르고 친절하게 응대에 나섰다.
“사고 난 차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가 직접 뭔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죠?”
“물론입니다. 사고 접수가 완료된 이후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해 드립니다.”
그렇게 금요일이 흘렀다. 평소와 다름 없이 나는 퇴근을 했고 집에서 주말을 보냈다. 어안이 벙벙해진 건 월요일 오후 다시 전화 한 통을 받고 나서다.
“고객님 사고 처리반입니다. 지금 사고 차를 수령하러 가겠습니다.”
“뭐라고요? 금요일에 차 가져가서 정비 공장에 입고시킨 것 아닙니까?”
“아, 금요일 늦은 오후에 접수되어 영업일이 아니라서 지금에야 연락 드렸습니다.”
“그럼 차가 어디에 있나요?”
“고객님 주차장에 있을 겁니다.”
부랴부랴 지하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사고 당일 내렸던 함박눈(하필이면)을 뒤집어 쓴 터라 꾀죄죄한 잿빛 신데렐라 마냥 불쌍하게 서 있는 몰골이 이제 막 150km 주행한 새 차라고는 믿기지도 않았다. 게다가 뒤쪽 테일 램프와 범퍼가 세로로 푹 찍혀 있었다. 마음이 안타까웠다. 큰 사고는 분명 아니었지만 운행 첫 날 사고가 난 걸 바라보는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했다. 예전에 쏘카 회원일 때 내 부주의로 남의 차 범퍼를 교환한 적이 있어서 기분이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다행인 건 이 차가 쏘카의 차라는 것. 카셰어링의 본질은 개인의 차를 빌려줘 진정한 의미의 공유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렌터카의 속성이 깃든 지금의 시스템이 이런 면에서는 나아 보인다. 역시 한 면만 보고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쏘카 규정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대차 쿠폰은 사고 접수 이후 자동차 수리 기간이 8시간 이상부터 제공하며, 대여료 차감은 수리 기간이 3일 이상인 경우부터 적용한다. 그러니까 금요일 입고인 줄 알았던 우리 차는 월요일 실제 입고부터 날수가 계산되는 거다. 모든 과정은 사고 접수가 이뤄진 시간부터 계산인데, 담당자 배정에 시간이 걸렸고 주말이 끼어 있어 늦어진 걸 감안하면 사고 매뉴얼은 제대로 갖춘 듯했다. 공장에 입고한 순간부터 사고 수리기간을 산정한다는 편의적인 규정도 그렇고.
혹시 몰라 대차 쿠폰을 요구하니 사용 시간과 기간을 묻는다. 업무에 쓰는 차라 퇴근 시간을 예상해 말해주니 딱 그 시간만큼의 쿠폰을 발행해줬다. 카셰어링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오랜 법언를 체감할 줄을 몰랐다. 실제 나서서 요구하지 않으면 쿠폰 발행은 아예 없다. 쿠폰 사용 범위는 동급 차종을 포함한 하위 차종까지, 그러니까 아반떼, K3 같은 준중형차 이하 소형차와 경차까지다. 운행 보험료는 포함되어 있었다. 쿠폰 발행 여부가 궁금해 신청했기에 쿠폰을 실제 쓰지는 않았다. 대차 쿠폰은 3일간 유효하다.
사고 기간 동안 내 차가 아닌 가까운 쏘카존을 찾아 예약하고 차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 쯤은 공유경제를 실천하려는 의지에 비해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분명 짜증 섞인 말투의 문의였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오랜 시간 친절하고 정확하게 응대해준 쏘카 김다인 상담사께 감사 드린다. 이거 음료 선물이라도 드려야 하나?
한국일보 모클팀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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