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가족을 챙기는 패밀리카로
나홀로 주행 땐 레이싱 분위기 만끽
주행관련 옵션 안전운행 도움 커
아반떼 도전장 던졌으나…
가격 선택폭, 다양한 성능 갖춘 아반떼 넘어설지 의문
한국지엠(GM) ‘올 뉴 크루즈’가 26년간 준중형 세단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차 아반떼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 뉴 크루즈가 ‘중형차 수준의 품격과 소형차 수준의 유지비’를 갖췄다고 평가 받는 아반떼를 과연 넘어설 수 있을 지 최근 GM의 시승회에 참석해 직접 점검해봤다.
일단 첫 인상은 만족스러웠다. 과도한 근육질로 퉁퉁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기존 모습은 사라지고, 유려한 쿠페형 실루엣에 세단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차량의 얼굴 격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듀얼포트 그릴을 적용, 쉐보레 디자인 정체성을 이어가 앞서 출시된 중대형 세단 말리부가 연상됐다. 차체를 준중형급에서 최대인 4,665mm까지 뽑아내고 전고를 기존 대비 10mm 낮게 설계한 덕을 본 셈이다.
내부 공간 역시 4인 가족이 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뒷좌석 레그룸은 아반떼보다 40mm 더 확보해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좌석은 폴딩이 가능해 적재공간 확보에도 유리했다. 다만 시승차량이 최고급 모델이었는데도 조수석이 전동식 시트가 아니었고, 뒷좌석에도 열선이 빠져 있었다. 실내도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승 구간은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경기 양평 중미산 천문대까지로 왕복 142km였다.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중미산의 구불구불한 코스가 더해져 짧은 주행에도 차량 성능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에 슬쩍 발을 올리자 어느새 시속 80km를 넘어섰다. 북미에서 앞서 출시한 크루즈와 같은 1.4ℓ직분사 터보 엔진(최고출력 153마력, 최대토크 24.5kg·m)은 중형차 못지 않았다. 밟는 대로 민첩한 반응과 터보 엔진 특유의 반응 지체시간(터보랙)도 인내할 수준이다.
가속능력을 볼 수 있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10.48초, 10.35초, 9.08초가 나왔다. 제조사가 밝힌 수치(7초대 후반)보다는 떨어졌으나 도로 여건상 최상의 테스트(왼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밟아 RPM을 올려 속도를 높이는 방식)를 못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 많이 쓰이는 시속 80~120km 가속은 7.14초가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구불구불한 중미산 와인딩 구간에선 단단한 차체의 안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서스펜션 세팅이 최적의 코너링을 자랑하는 수입차량에 비해 다소 부드러운 편이라 약간 출렁거리긴 했지만 국내 소비자 취향을 고려하면 단단한 편에 속했다.
도심 구간에선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과 차선 이탈 경고,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덕을 톡톡히 봤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려 하면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져 차선을 유지해줬으며 차선 변경시 사각지대에 들어선 차량을 감지해 사이드미러에 불빛이 들어와 매우 편리했다. 아반떼에는 없는 옵션이다.
이날 연비는 공인연비(12.8㎞/ℓ)에 근접한 11.0㎞/ℓ을 보였다. 주행 테스트 탓에 험한 운행을 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주행감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선택 리스트에 빠질 수 없는 차량이다. 다만 아반떼에는 동급 차종은 물론 중형차까지 넘어서는 압도적인 동력성능을 가진 스포츠 모델(최고출력 204마력ㆍ최대토크 27.0kgㆍm)이 있다. 가격적으로 보더라도 올 뉴 크루즈(1,890만~2,478만원)보다 아반떼(1,410만~2,455만원)가 선택의 폭이 넓다. 아반떼를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이유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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