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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연관어에 유리천장ㆍ팔자… 취업 고단한 묻어나

입력
2017.02.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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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 읽기]

탄핵 정국 대권주자 키워드에도

일자리 공약 기대감 드라나

‘뭐하는 분이세요?’

직(職)과 업(業)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찾아왔지만 찬바람은 여전하다. 올해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 영역 채용은 매우 줄어들 전망이다. 신입 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10대 그룹 중 현대차와 SK, LG 등 세 곳만 올 상반기 대졸 공채 일정을 확정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채용 계획 자체가 유보된 상황이다.

어려운 일자리 사정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최우선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장 먼저 지난달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그 실현 가능성을 놓고 경쟁 후보들간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공무원 채용 규모는 소폭 늘고 있지만, 경기침체 속에 오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해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일자리 확충과 실업문제 해결은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 사회의 실업과 취업 등 일자리와 관련한 전반적인 지형과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뉴스기사와 통계수치,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타나는 얘기들을 분석했다.

실업 관련 대책, 지속적 관심보다는 당면 문제 해결 중심으로

먼저 전반적인 실업률과 쳥년실업률을 통계청 자료를 통해 살펴봤다. 자료는 청년실업률이 측정되기 시작한 1999년 6월부터 최근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아울러 청년실업과 관련한 기사의 생산추이도 함께 추출해 전반적인 상황을 비교, 분석했다. 그림에서 나타나는 바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분석기간 동안 실업률보다 청년실업률이 약 2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추이 또한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전체 실업률의 구성과 변화에 청년실업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이에 있어서 대학생들이 졸업하는 2월에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시간 경과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최근인 2016년 2월의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12.5%로 나타나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관련 기사 생산 또한 같은 추이를 보이고 있어 실업률이 증가하는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가장 많은 기사가 생산된 시기는 2015년 8월으로, 1,720건의 기사가 생산됐다. 해당 시기 기사는 공공부문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는 대통령 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기사 생산 추이를 통해 볼 때 관련 정책의 마련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실업률의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화가 됐을 때 국한돼 집중된 것으로 판단된다.

연관어 속에서도 취업 문제의 높은 벽이 느껴져

다음으로는 해당 기사와 SNS를 통해 실업 및 취업에 대한 연관어를 분석했다.

기사의 경우 시기별로 나타난 연관어를 추출해 비교했는데, 공통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출현한 연관어는 ‘일자리’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민관협동으로 추진된 대책마련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공근로사업과 벤처기업의 활성화가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학구조 개혁을 통해 인력의 공급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이 대표적으로 나타났다. 각 시기별 해법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노무현 정부), 미봉책에 그치고(이명박 정부), 고용절벽에 다다른(박근혜 정부), 한마디로 암울한 상황이라는 점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SNS 상에서도 표출되고 있었다. 지난 한 달간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나타난 ‘일’에서부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의 ‘유리천장’이나 ‘출신대학’, ‘도서관’, ‘팔자’ 등의 키워드가 나타났다. 이는 취업을 위한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난 표현들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주자들에 대한 언급도 ‘공약’과 함께 많이 이루어져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실업과 취업 문제는 건강한 사회의 유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문제의 특성상 서로 다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큰 규모의 자원 투입이 필요하기에 단기간에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에 근원적 해결을 위한 모색은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약을 위한 정책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살핌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지혜로운 해법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상 위에서 숫자로 만들어지는 정교한 그림도 필요하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주체들의 이해가 조정되고 논의될 수 있는 공간의 마련부터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뉴스 기사자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7년 1월 26일 ~ 2월 25일 각각 2,222만개 이상의 계정 이상의 계정에서, 뉴스 기사 데이터는 1999년 6월 ~ 2017년 2월 방송(MBC, SBS, YTN)과 주요 신문(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13개 매체)에서 추출하였음.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추출함. 이 때 청년실업률의 연령 기준은 15~29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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