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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ㆍ취식에 ‘열람실 셀카’… 서울도서관 ‘태극기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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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ㆍ취식에 ‘열람실 셀카’… 서울도서관 ‘태극기 몸살’

입력
2017.02.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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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편의 위해 개방했는데

사진ㆍ벽면 훼손 피해도 늘어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2층 열람실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집회 현장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2층 열람실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집회 현장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계단과 복도, 기획전시실 등 내부 곳곳이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은 종이컵에 술을 따라 잔을 부딪치며 큰 소리로 떠드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다양한 음식물을 깔고 아예 회식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말을 맞아 도서관에 온 시민들 사이에서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는 항의가 나오긴 했지만 “다들 먹는데 왜 참견이냐” “빨갱이들 때문에 속이 상해 이런다”는 당당한 답이 돌아왔다. 이들 옆엔 태극기가 놓여있었고, 그 옆엔 ‘시설물 훼손, 취식행위, 다른 이용자에게 방해가 되는 행위 등을 제한하고 있다’는 도서관 운영규정 안내판이 서 있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주최 탄핵무효 애국집회(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도 넘은 행동으로 서울도서관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화장실 이용 등 편의를 위해 공공시설인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지만, 도서관 운영규정을 무시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애꿎은 도서관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취업준비생 강모(26)씨는 “도서관이 공공시설인 만큼 집회 참가자들이 출입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데 큰 불만은 없다”면서도 “음식물 냄새와 음주, 고성을 지르는 행위 등은 분명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숙이 필요한 도서관 열람실에까지 들어와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날 2층 열람실에선 한 남성이 책장 위에 올라가 집회 현장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내려오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질서한 행위가 다수 벌어졌다.

도서관은 집회 참석자들의 대기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도서관 복도와 계단 곳곳에서 “사진 찍을 시간이다. 다들 밖으로 나오라”는 고함이 여러 차례 반복해 울려 퍼지는가 하면 “언론의 보도용 사진 촬영이 집중되는 4시부터 6시 사이에 최대한 많은 인원이 밖으로 나와있어야 한다”는 독려의 목소리가 도서관 내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도서관 측은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내 사진 및 벽면 훼손 등 실질적인 피해도 늘어 한때 토요일 휴관도 검토했지만, 순수 도서관 이용자들이 있어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도서관 본래의 기능을 해치는 행위를 자제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3층 기획전시실 시민들이 음식물을 먹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3층 기획전시실 시민들이 음식물을 먹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모여있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모여있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운영 규정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운영 규정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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