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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환영" 에든버러 프린지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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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환영" 에든버러 프린지서 성공하려면

입력
2017.02.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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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사무국의 참가지원 총괄책임자 레이첼 생어는 "누구나 환영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프린지 페스티벌을 소개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사무국의 참가지원 총괄책임자 레이첼 생어는 "누구나 환영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프린지 페스티벌을 소개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294개 임시극장에서 3,269개 팀이 공연을 펼친다. 21일 간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은 5만266회이고, 티켓 판매량은 250만장이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프린지 페스티벌)이 지난해 빚어낸 기록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거대한 ‘문화 슈퍼마켓’이다. 공연 판권 구매를 위해 이곳을 찾는 공연 관계자들만 1,000여명에 달한다.

매년 8월이면 세계 공연의 중심이 되는 프린지 페스티벌이 올해로 70년을 맞는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1947년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과 함께 시작됐다.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이 처음 열렸을 때 초청받지 못한 8명의 배우들이 축제 주변부(fringe) 공터에서 무허가로 공연한 것이 그 시초다. 그저 ‘공연을 하고 싶은’ 이들이 만든 공연은 관객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매년 참가 단체가 증가해 1957년에는 프린지 사무국까지 발족했다. 이제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공연팀이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하는 등 두 축제가 서로 경쟁하며 70년을 이어 오고 있다.

국내 공연 관계자들도 프린지 페스티벌을 교두보 삼아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린다. 열정과 아이디어만으로 프린지 페스티벌은 기회의 땅이다. 에든버러 프린지 사무국(프린지 소사이어티)의 레이첼 생어(36) 참가지원 총괄책임자가 한국에서 참가를 원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서울을 찾았다. 한국 공연계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이 미치는 영향을 감지할 수 있는 점이다. 한국일보와 만난 생어는 “사무국엔 작품을 선정하거나 공연을 기획하는 예술감독도 없다”며 축제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렸다. 그는 “누구나 환영 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는 점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특별한 점이자 페스티벌의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참가비 96파운드(약 13만원)만 내면 누구든 공연을 열 수 있다. 생어가 프린지 사무국에서 운영을 총괄하는 참가센터는 공연팀의 원활한 공연을 돕는다. 예술가들과 작품 판권 구매자가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법, 공연 접근성 확대 등 106개에 달하는 워크숍으로 참가 공연팀을 지원한다. 사무국이 하는 일은 이 정도. 나머지는 공연을 하는 사람들 몫이다.

자율성이 큰 만큼 위험도가 높다. 거대한 문화 마켓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선 참가자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찾아야 한다. 22~24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서 영국 현지 전문가인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는 “극장을 빌릴 수만 있다면 축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여름 (관광)성수기에 각종 무대장치와 소품을 싣고 5,000마일 이상 날아오는 것부터 부담이 된다”며 “극단이 빚까지 떠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국악그룹 ‘타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25회 공연을 하며 유료객석점유율이 85%에 달했으나 수익을 따지면 적자였다. 티켓 판매금액이 항공료와 숙박비 등 공연에 들어간 비용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받은 2,000여만원을 감안해도 적자였다. 김병주(31) ‘타고’ 대표는 “낯선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 국내에서 공연할 때보다 점유율이 더 높았다”며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별도 스태프 없이 출연자 7명이 무대 장치 운송부터 홍보까지 도맡았다”고 말했다.

‘타고’ 관계자들은 3,000여개 공연 속에서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김 대표는 “현지에서 사다리를 구매해 전봇대의 맨 위쪽까지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홍보에만 하루 6~7시간을 소요했다”고 말했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타고’는 다음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세계음악축제, 6월 루마니아의 연극축제에 초청받았다. 김 대표는 “분명한 목적과 타당성이 있다면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를 추천한다”며 “불황인 국내 공연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에 도전하려는 생각을 했던 저희로선 결과에 만족해 올해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공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지만 사무국을 이용하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생어는 “사무국의 업무 중 중요한 한 가지는 프린지 페스티벌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이들을 찾아 그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지방의 방언으로 같은 영어라도 언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 공연팀을 위해 용어집을 따로 만들어 제공한다. 참가자들에게 직접적 재정지원을 할 수 없지만 각국 정부기관, 민간기관에 투자를 권하고 에든버러 지역 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작품을 선정하는 심사위원도, 축제를 총괄하는 예술감독도 없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선 원하는 누구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작품을 선정하는 심사위원도, 축제를 총괄하는 예술감독도 없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선 원하는 누구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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