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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100세 시대

입력
2017.03.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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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평소 촌스럽다고 타박을 받는 친구 녀석이 물었다. “머리 잘 깎는 헤어디자이너 알아?” 나는 냉큼 소개를 시켜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십 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헤어디자이너 친구가 있지만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 우물쭈물하다가 그래도 알려주자 녀석이 코웃음을 쳤다. “야, 그 돈 받고 제대로 못 깎으면 미용실 앞에 서서 1인시위를 해도 할 말 없는 거 아냐?” 헤어디자이너 친구는 청담동 고급스러운 샵에서 일을 한다. 그 친구와 하도 가까운 사이가 되어서 나는 파마를 하건 염색을 하건 커트를 하건 무조건 커트 비용만 낸다. 그러다 보니 동네 저렴한 미용실과 다를 바 없는 돈이다. 샵에 갈 때마다 연예인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유명 기업 사모님들 얼굴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다. 얼마 전 미용실에 들렀다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나 이제 그만두려고.” 화들짝 놀란 내가 이유를 물었다. “그냥... 공인중개사 자격증 땄어. 부동산 사무실 낼까 봐.” 연예인 단골손님이 잔뜩 있는 헤어디자이너가 공인중개사가 되겠다는 소식이 뜬금없어 나는 여러 번 다시 물었다. “잘난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많아? 어디 나만 잘하나? 또 모두가 잘할 수도 없잖아. 센스 있는 디자이너들은 계속 생기고... 별 수 없는 일이지, 뭐.” 솔직한 고백이었다. 열일곱 살 시절부터 미용 일을 배워온 친구였다. 사십 대를 걸어가고 있는 요즘 친구들의 때 이른 걱정을 많이 듣는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잘해보기 위해 스펙을 단단히 쌓고 보면 어느새 서른이고 그때부터 15년, 길어야 20년 일하고 나면 또 다음 시절을 준비해야 하는 날이 오고 만다. 이래서야 원, 100세를 어찌 다 채우나 싶다. 오래 살 것 같아서 의료실비보험은 100세 만기로 해놓았는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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