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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보다 생애 첫 태극마크가 무거운 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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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보다 생애 첫 태극마크가 무거운 최형우

입력
2017.03.0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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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태극마크를 달고 부담감과 싸우고 있는 최형우. KBO 페이스북
첫 태극마크를 달고 부담감과 싸우고 있는 최형우. KBO 페이스북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중심 타자 최형우(34ㆍKIA)가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난생 처음 단 태극마크에서 나오는 부담감 때문인지 최형우의 방망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부터 치른 총 6차례 평가전 및 연습경기에서 17타수 무안타의 긴 침묵이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당초 4번으로 낙점한 최형우를 5번으로 내리는 카드를 꺼냈다. 상징적인 4번 대신 한결 부담이 덜한 자리로 돌렸다. 하지만 최형우는 여전히 응답하지 못했다. 최형우는 2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 연습경기(7이닝)에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여전히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회와 3회 타석에서 모두 2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6회에도 1루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됐다. 대표팀은 이날 3안타 빈공에 그친 탓에 상무에 1-4로 패했다.

김 감독은 “선수 본인(최형우)은 아니라고 하지만 잠재의식 속에 잘 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좀처럼 안타가 터지지 않자 최형우는 따로 특타(특별 타격 훈련)를 하는 등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를 향한 믿음은 굳건했다. 본 경기까지 시간이 남은 데다가 실력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대회에 돌입하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감독은 “잘 맞힌 타구가 안타로 연결 안 됐을 뿐”이라며 “개막 후에는 자기 타격을 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선배들이 ‘지금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조언을 해준다”면서 “아직 대회 전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현재는 조급함을 버리고 마음을 더 가라앉히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최형우는 한 차례 위기를 극복한 힘이 있다. 2008년 25세 중고 신인으로 역대 최고령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2012년 중대한 첫 고비를 맞았다. ‘국민 타자’ 이승엽(41ㆍ삼성)이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접고 친정 삼성으로 돌아오자 KBO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하던 최형우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은 이승엽을 4번 최형우 앞 타순인 3번에 배치해 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엇박자를 냈다.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류중일(54) 전 삼성 감독은 “관중의 박수 소리가 이승엽 타석 때 크게 나오다가 최형우가 뒤에 들어가니 박수 소리는 급격히 줄었다”며 “그러다 보니까 선수가 위축된 나머지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형우는 2012시즌 개막 후 6월까지 타율 0.225 3홈런 34타점에 그쳤다. 2011년 타율 0.340 30홈런 118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에 류 전 감독은 이승엽을 최형우 뒤(5번)로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최형우는 7~8월 두 달 사이 타율 0.319 10홈런 32타점을 터뜨리며 본 궤도에 올랐다.

고비를 넘긴 최형우에게 이제 더 이상 ‘이승엽’ 이름 석자가 주는 압박감은 사라졌다. 당당히 팀의 4번 타자로 3년 연속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프로야구 사상 첫 ‘100억 사나이’로 등극했다.

2012년 ‘이승엽’을 극복했던 것처럼 올해는 ‘태극마크’의 부담감을 이겨낼 차례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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